[기획] 최순실과 연루자들 진실공방… 그들의 뻔뻔한 거짓말

입력 2016-11-08 00:01

최순실씨를 비롯해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인사들의 ‘말’을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최씨는 지난달 2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태블릿PC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 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불과 나흘 뒤 “최씨가 태블릿PC를 사용한 적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씨는 “안종범 정책수석이나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전혀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최씨의 ‘비밀사무실’로 알려진 서울 논현동 건물 주변 상인들은 차은택 감독과 김종 전 차관이 이곳에 드나들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안 전 정책수석의 발언에도 의혹이 꼬리처럼 따라붙었다. 안 전 수석은 지난달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씨를 모른다”고 답변했다. 또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발적으로 기금을 출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최씨의 지시로 SK에 80억원을 요구했고 안 전 수석과 수차례 문자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두 재단을 설립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최씨를 모르고, 전혀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 조모 전 더블루케이 대표가 “최씨 지시로 안 전 수석, 김 전 차관, 김상률 전 수석을 만난 적 있다”고 말한 것과 배치된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도 최근 검찰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자금 출연 배경에 대해 “안 전 수석의 지시에 따랐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9월 26일 국정감사에서 “최씨는 만난 적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호성 비서관이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최씨, 박 대통령과의 통화녹음기록을 확보했다고 7일 밝혔다.

향후 거짓말로 드러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위증’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 수사 초기 단계에서는 명확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방어전략’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한국은 위증공화국”이라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법원이 ‘위증’에 대해 관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죄의식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국감 등에서 ‘위증’에 대한 처벌이 두려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시인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차 교수는 “박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 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이루어질지 의문”이라며 대통령 지시였다고 책임을 미루는 것이 이들에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공정식 한국심리과학센터 범죄심리학 교수도 수사 초기에는 이들이 ‘방어전략’으로 일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재판에서 허위 진술을 할 경우 자신의 다른 진술까지도 신빙성을 의심받기 때문에 사실을 전면 부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검찰 수사 초기에는 증거가 확보되기 전까지 최대한 부인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엘리트 범죄의 전형”이라고 했다. 논란이 불거지면 초기에는 “아는 바 없다”고 잡아떼다가 어느 정도 정황 증거가 드러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순서를 따라간다는 것이다. 이후 객관적 증거, 관련 인물
들의 진술 등이 확보됐을 때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하는 것이 전형적인 엘리트 범죄의 수순이라고 했다.










글=이가현 오주환 기자 hyu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