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차례 미국 대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얻은 통계 전문가 네이트 실버(38)는 6일(현지시간) ABC방송 프로그램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아주 안전한 상황에 있지는 않다”며 클린턴이 1개 주(州)만 잃어도 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막판 대역전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샤이(shy·부끄러워하는) 트럼프 유권자’가 8일 투표소로 쏟아져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샤이 유권자란 트럼프의 막말이나 극단적인 공약 때문에 그를 지지하는 속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던 사람을 가리킨다. 여론조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숨은 표’에 해당한다.
실버는 클린턴의 현 상황이 4년 전 대선 때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비해 나쁘다고 진단했다.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상대로 낙승을 거뒀다. 선거기간 두 후보의 전국 지지율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오바마는 선거인단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실버가 운영하는 선거분석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2012년 오바마의 당선 가능성은 줄곧 60%를 넘다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커져 90.9%까지 치솟았다. 반면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은 큰 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지난달 중순 87%까지 찍은 뒤 계속 미끄러져 현재 65% 안팎까지 줄었다.
실버는 “클린턴은 선거인단을 270명가량 확보할 것으로 예상돼 한 주만 잃어도 패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70명이면 당선 하한선이다. 오하이오주를 비롯한 중서부 지역에서 클린턴 지지세가 약한 탓에 안정적인 선거인단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4년 전 오바마는 오하이오에서 이겼다.
올해 부동층이 유독 많은 것도 클린턴의 리드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는 트럼프 입장에선 기회가 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대졸 백인 남성 상당수가 부동층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이들을 잡으면 승산이 있다. 저학력 블루칼라(육체노동자) 백인 남성에 이어 고학력 화이트칼라(사무직)까지 트럼프로 기운다면 역전이 가능한 것이다. NBC방송은 트럼프가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와 선거인단이 많이 걸린 플로리다주에서 이기면 선거인단 270명을 넘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선 샤이 트럼프 유권자, 즉 숨은 표가 대거 수면 위로 나와야 한다. 부동층에서 트럼프 지지로 바뀌는 대졸 백인 남성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숨은 트럼프 표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폴리티코와 리서치 업체 모닝컨설트는 샤이 트럼프 유권자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원이 직접 질문하는 전화 여론조사와 사람이 직접 묻지 않는 온라인 여론조사를 동시에 실시했다. 두 조사의 결과 차이가 크다면 샤이 트럼프 현상이 입증되는 셈이다. 하지만 차이는 크지 않았다. 전화 조사에서 클린턴이 트럼프를 5% 포인트 앞섰고, 온라인 조사에선 3% 포인트 앞섰다.
글=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2016 미국의 선택] ‘270명 확보’ 힐러리 당선 턱걸이… 한 곳만 내줘도 진다
입력 2016-11-08 04:09 수정 2016-11-08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