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여권 “대통령보다 당이 중요… 보수 궤멸 막아야”

입력 2016-11-07 18:04 수정 2016-11-07 21:26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7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김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탈당해야 보수세력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학 기자

새누리당 비주류들의 ‘박근혜 대통령 탈당’ 요구는 이른바 ‘박근혜 지우기’ 성격이 짙다. 비주류들이 ‘구(舊)권력’인 박 대통령과 선을 긋고 미래 권력을 위한 노선 투쟁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여권 내 금기어로 여겨졌던 탈당 요구가 터져 나올 만큼 핵심 지지층 이탈이 심각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친박(친박근혜) 주류 측은 김무성 전 대표 등의 탈당 발언을 분당(分黨)의 신호탄으로까지 여기고 있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 중심의 당 지도부는 즉각 탈당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여당 내홍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김 전 대표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당의 지지기반인 보수의 궤멸을 막아야 한다” “(탈당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로, 대통령보다 당이 중요하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대표 시절) 대통령과의 회동을 요구했는데 말도 없이 묵살당했다”며 불편한 심경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바꾼 ‘창업자’다.

당내에서는 김 전 대표의 탈당 요구가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 결정판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2005년 원조 친박에서 2009∼2010년 ‘원내대표 선출’ ‘세종시 수정안’ 갈등으로 박 대통령과 멀어졌다. 2012년 친박 주도의 공천 탈락 이후엔 본격 비박(비박근혜)의 길로 들어섰고, 이번이 세 번째 정치적 결별 선언인 셈이다.

비주류의 ‘친박 고립 전략’도 시작됐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새로운 인물로 당명, 당 로고까지 바꾸는 혁신적인 작업이 없다면 민심을 되돌리지 못할 것”이라며 당직을 사퇴했다. 강 최고위원이 당직을 던지면서 최고위는 친박 일색이 됐다. 비주류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오후 친박 최고위 대신 정진석 원내대표와 면담하며 당 쇄신책을 논의했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생각하는 게 2선 후퇴고, 거국중립내각을 꾸리는 수순이라면 궁극적으로 당적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주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연쇄적으로 접촉하며 국정 수습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당적 정리는 새누리당의 집권여당 지위 상실을 의미한다. 국정운영 무게추도 야권 주도의 의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친박 지도부가 탈당에 강력 반대하는 이유다.

당 최고위는 김 전 대표 발표 직후 “대통령 탈당 요구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2014, 2015년 최순실과 차은택이 활개 치고 다니던 시절 당대표가 김 전 대표”라며 “세월호 선장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난했다.

친박계 중진의원은 “박 대통령의 탈당은 곧 분당이라고 보면 된다”며 “지도부가 선(先) 사태수습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한 대통령이 먼저 탈당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비주류 잠룡들도 아직 탈당 요구에는 소극적이다. 남경필 경기지사 측은 “‘탈당 요구는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우택 의원은 “김 전 대표의 탈당 요구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최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