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도 탄핵과 하야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노년층도 하야 요구에 가세했다. 박 대통령을 떠받치던 ‘콘크리트 지지층’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주말 지역구를 찾은 새누리당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은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 민심이 아주 엉망이었다”며 “대통령 탄핵·하야 같은 얘기들도 공공연히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대통령 걱정을 많이 하던 어르신들도 많이 돌아선 상황”이라며 우려했다.
4선 의원인 새누리당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도 “TK 지역은 더 큰 배신감에 휩싸였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TK 지역에서 8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었다. 지역주민들이 박 대통령에 높은 신뢰를 보였던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한 실망감과 배신감이 더 컸다는 의미다. 주 의원은 “노년층의 분노나 배신감도 아주 심각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을 향한 질책도 쏟아지고 있다. 대구 지역 한 의원실 관계자는 “‘공화당 시절부터 50년 경력의 당원’이라고 주장하는 어르신이 찾아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대체 뭐하고 있었느냐’고 꾸짖었다”고 전했다. 또 “내년 대선은 또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는 질책도 쏟아지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새누리당 탈당 문의 전화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의 한 초선의원은 “전반적으로는 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탈당 절차를 묻는 전화도 하루에 3∼4통 받았다”고 말했다. 경북의 한 초선의원도 탈당 문의 전화를 몇 차례 받았다고 했다.
물론 최대 정치적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 옹호론도 일부 남아 있는 상태다. 대구의 다른 초선의원은 “대구에선 ‘우리 대통령 어이할꼬(어쩌면 좋으냐)’ 하는 분위기도 많다”고 소개했다. 1998년 보궐선거로 15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 18대까지 14년간 대구 달성군을 지역구로 뒀던 박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도 있다는 뜻이다.
대구의 한 재선의원은 “40∼50대 연령층에선 하야나 탄핵 목소리가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 이상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그런 목소리는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설마 실제로 그랬겠느냐’ ‘무슨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상황을 이해하거나 믿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는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TK 지역 지지율이 13.1%라고 밝혔다. 전주에 비해 20.1% 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박 대통령에 대한 전체 지지율은 11.5%로, 전주에 비해 7.5% 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검찰·특검 수사 수용 의사를 밝힌 지난 4일 대국민 담화 이후 60대 이상과 새누리당 지지층 사이에서 지지율이 소폭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업체는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등 돌린 TK, 실망 넘어 분노… 탄핵·하야 목소리
입력 2016-11-0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