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 “시국 걱정엔 공감… 불법 땐 살수차 불가피”

입력 2016-11-07 18:18 수정 2016-11-07 21:14

이철성(사진) 경찰청장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걱정할 만한 시국’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12일로 예정된 민중 총궐기 집회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겠지만 과격한 불법 시위로 전개될 경우 살수차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 청장은 7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시국에 대한 걱정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공감 안 하는 사람이 있느냐. 평소 시국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인 5일과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평범한 시민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초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했는데도 잇따른 두 번의 집회가 모두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첫 대규모 집회에서 화제가 됐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이해한다”는 현장 방송은 이 청장이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경찰은 시국 관련 집회가 이번 주말인 12일 ‘민중 총궐기’에 10만명 이상(경찰 추산)의 시민들이 참가하면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청장은 “시민의식이 발휘되고 있는 상황이라 집회가 과격화될 여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유연하게 합법 시위를 보장하되 불법은 벌할 것”이라는 기존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감당하기 힘든 불법이 발생하면 최후 수단으로 살수차를 사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청장은 “집회에 동원할 수 있는 경찰은 최대 3만명”이라며 “성숙한 시민의식이 발휘된다면 100만명이 와도 상관없지만 불가피할 경우 살수차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측에 소방수 사용 요청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앞선 두 번의 집회에도 살수차가 비노출 상태로 후방에서 대기했지만 사용되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 수 집계 방식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 청장은 “주최 측은 참여 인원의 누계를, 경찰은 최대 인원을 집계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논란에 대비해 지난 5일 행진을 마치고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위대를 인근 고층건물 옥상에서 사진 찍은 뒤 이를 370개 구획으로 나눠 인원을 일일이 세었다. 그 결과는 4만7600여명으로 경찰 추산(4만5000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는 12일 오후 4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15만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연 뒤 ‘광화문→경복궁→청운동주민센터 교차로’를 거쳐 청와대로 행진할 계획이다. 집회 신고는 8일 오전 경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