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전 뿌린 복음 씨앗, 이제 영국교회 지탱하는 열매로”

입력 2016-11-07 20:23

“영국은 19∼20세기 각국에 선교사를 보냈지만 지금은 이민자를 중심으로 복음이 이어지고 있는 역(逆)선교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를 방문한 영국 연합개혁교회(URC) 마이클 자게사르(사진) 전 총회장의 이야기다. UR C는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를 타고 한국 땅에 복음을 전하러 왔다가 150년 전 순교한 영국의 로버트 저메인 토마스(1839∼1866) 선교사가 속했던 교단이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고 했다. 영국은 과거에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복음을 심기 위해 선교사를 파송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을 비롯해 파키스탄 짐바브웨 나이지리아 가나 대만 등에서 온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영국 땅에 복음이 유지되고 있다. 성장하는 교회도 대체로 이민자들이 많은 도시에 있는 교회들이다.

“이런 역선교 현상을 보면 씁쓸한 생각이 들지 않느냐”고 묻자 자게사르 전 총회장이 말했다. “아쉬울 이유는 전혀 없어요. 예전에 뿌렸던 씨앗이 열매가 돼서 돌아오는 것이죠. 굉장히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크리스천 이민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의 신앙을 이끌 목회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한국 이민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사역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소속 목회자는 5명뿐이다. 다른 교단에서 파송한 목회자를 포함해도 현지에 있는 한인 교인들을 이끌 목회자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자게사르 전 총회장은 “영국 킹스턴의 경우 한인 수가 2만명에 달하지만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는 1명뿐”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URC와 예장통합은 지난해 9월 열린 제100회 총회에서 양 교단이 선교 사역을 위해 서로 돕는다는 내용의 선교협정서를 체결했다. 여기엔 영국에서 증가하고 있는 한인공동체를 위해 예장통합이 목회자를 보내주고, URC는 이들에게 교회 부지나 건물 등을 제공하는 식으로 목회를 돕는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자게사르 전 총회장은 “뉴몰든과 킹스톤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탈북자들에게 복음을 심는 방안에 대해서도 양 교단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영국 내 한인들을 위한 선교 방안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