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와 정치권, 비상한 경제상황에 대비해야

입력 2016-11-07 18:57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내정자가 7일 우리 경제를 ‘여리박빙(如履薄氷·살얼음을 밟듯이 몹시 위험한 상황)’에 비유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유사한 진단을 했다. KDI는 ‘경제동향 11월호’에서 “주요 경제지표 10개 가운데 6개가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보다 악화된 상태”라고 경고했다. 보수적인 KDI마저 이렇게 진단한 것을 보면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정책을 주도할 컨트롤타워마저 혼란 상태에 빠졌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있지만 후임자가 내정된 상태라 시장을 주도할 힘을 상실했다. 임 내정자도 임명되기 전인 데다 임명 자체도 불투명하다. 순리적으로 청문 절차가 진행돼도 한 달 가까이 걸리는데 야당은 인사청문회 보이콧 방침을 밝힌 상태다. 한마디로 배가 난파 위기에 처했는데도 선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대선과 금리 인상 가능성, 브렉시트 등 대외 요인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두 후보 모두 보호무역 강화를 제시하고 있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우리로서는 부담이다. 특히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한·미 FTA 재협상과 한국의 방위비 분담 확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만일 그가 당선된다면 우리 경제에 가해질 충격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사정이 이럴진대 국정은 공백상태이고, 정치권은 최순실 블랙홀에 빠져 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며, 법정 기한인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통과할지도 미지수다. 경제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때를 놓치면 효과가 없고 부작용이 될 수 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최악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지켜만 볼 수 없다. 정부는 주어진 조건 하에서 정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며 정치권은 경제 문제만큼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보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