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인대 “홍콩 독립 주장한 의원 자격 박탈해야”

입력 2016-11-07 18:39
홍콩 시위대가 6일 시내 중심가의 중국연락사무소 앞에서 경찰이 쏘는 최루액을 우산으로 막고 있다. 독립파 정당 영스피레이션 지지자를 주축으로 15개 대학 학생회와 시민들이 시위에 동참하며 “홍콩 사법권 독립을 수호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 현장에 우산이 다시 등장하면서 2년 전 ‘우산혁명’을 연상케 했다. AP뉴시스

중국이 7일 홍콩 독립을 주장한 홍콩 입법회(국회) 의원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법적 해석을 내놨다. 사법권 독립을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이날 상무위원회회의에서 홍콩 기본법 중 공직자의 취임선서를 규정한 제104조에 대한 법률 해석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전인대가 통과시킨 해석 내용은 선서를 안 하면 공직에 임용되지 못하고, 선서는 반드시 진정성을 갖춰야 한다는 게 골자다. 또 선서를 거부하면 임용 자격이 상실되고, 선서가 무효로 판명될 경우 재선서의 기회도 갖지 못하게 했다.

이는 지난달 12일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란 내용의 현수막을 어깨에 두른 채 선서식에 참석한 홍콩 독립파 정당 영스피레이션 소속 식스투스 바지오 렁 의원과 야우와이 칭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여기에 앞으로도 홍콩 독립을 지지하는 인사들의 공직 임용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홍콩 기본법 158조는 “홍콩 기본법 해석의 최종 권한은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인대의 해석이 곧바로 기본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을 진행 중인 홍콩 고등법원도 조만간 두 의원의 자격 박탈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인대가 홍콩 기본법 해석권을 발동한 것은 이번까지 모두 다섯 차례다.

전인대는 지난 5일 두 의원에 대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마지노선을 건드렸으며 국가의 주권과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가했다”고 비난했다. 또 “중앙정부가 결코 좌시하거나 관여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 1만여명은 굴하지 않고 7일 새벽까지 “홍콩의 법치를 지켜라” “중국공산당 통치는 필요 없다”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최루액에 맞서 시민들의 우산이 등장해 2014년 9월부터 3개월간 이어진 ‘우산 혁명’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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