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롭(49) 리버풀 감독이 경기 후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선수들의 ‘뛴 거리’다.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투지와 체력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게겐 프레싱(강도 높은 압박축구)’의 기본이다. 게겐 프레싱이 뭐냐고 질문하면 그는 “헤비메탈 같은 축구”라고 답한다. 정신없이 상대를 몰아치는 클롭의 헤비메탈 축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흔들고 있다.
리버풀은 6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왓퍼드와의 2016-2017 EPL 11라운드 홈경기에서 6대 1로 대승했다. 리버풀의 최전방 공격수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1골 2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오른쪽 날개로 출격한 사디오 마네도 2골을 몰아치며 펄펄 날았다. 리버풀은 이날 모든 면에서 왓퍼드를 압도했다. 볼 점유율 60% 대 40%, 슈팅 28회 대 11회, 볼 터치 764회 대 571회, 패스 563회 대 376회였다. 한마디로 클롭 축구의 진수를 보여 준 경기였다.
3연승을 질주하며 8승2무1패(승점 26)를 기록한 리버풀은 첼시(승점 25)를 끌어내리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 1위에 올라선 것은 클롭은 지난해 10월 리버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처음이자, 916일 만이다. 그는 경기 후 “지금 리그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오늘같이 우리가 플레이를 잘하는 것이다. 연승을 이어나갈 때 경기를 즐기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 가능성에 대해선 “리버풀은 2, 3년 전 우승에 근접했었고 여러 사건이 벌어졌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그때의 팀과 지금의 팀은 다르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리버풀은 이날 기준으로 30골을 넣어 팀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골이 몇몇 특정 선수에게 집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네(6골), 피르미누(5골), 필리페 쿠티뉴(5골), 제임스 밀너(4골), 아담 랄라나(3골) 등 10명(EPL 최다)이 득점에 가담했다. 루이스 수아레스(29·FC 바르셀로나)와 다니엘 스터리지(27)가 골을 책임졌던 과거에 비해 득점이 분산된 것이다. 클롭의 전술이 가져온 변화다.
리버풀은 브렌든 로저스 감독 시절 볼을 오래 소유하는 축구를 했다. 하지만 클롭 감독은 많이 뛰고 빠르게 전환하는 축구로 팀 컬러를 바꿔놨다.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리버풀은 지난달 8일 기준으로 814.8㎞를 뛰어 EPL에서 가장 활동량이 많은 팀으로 나타났다.
클롭은 리버풀에 게겐 프레싱을 이식시키기 위해 지난 프리시즌 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지옥훈련을 시켰다. 클롭은 선수들에게 상대 골대 근처에서부터 압박을 가하라고 주문한다. 볼을 소유한 상대 선수는 물론이고 패스를 받을 만한 상대 선수까지 차단한 뒤 허술해진 틈을 파고들어 빠르고 결정적인 공격을 가하는 게 클롭 축구의 핵심이다. 함께 뛰고 함께 마무리해야 하는 게겐 프레싱에선 골이 특정 선수에 집중되지 않는다.
마네-피르미누-쿠티뉴로 이어지는 리버풀의 가공할 스리톱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신입생 마네다. 클롭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시절 잘츠부르크(2012년 8월∼2014년 8월·오스트리아)에서 뛰던 그를 눈여겨봤다. 마네는 2014년 9월 EPL 사우스햄프턴에 입성했다. 그는 사우스햄프턴에서 2시즌 동안 저돌적 드리블과 파괴적인 스피드로 리그 21골을 넣었다. 세네갈 출신인 그는 지난 6월 3000만 파운드(약 427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리버풀로 이적했다. 아프리카 선수 최고액이었다. 마네는 리버풀 첫 시즌에 게겐 프레싱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이다.
EPL 명문구단 중 리버풀은 가장 우승에 목마른 팀이다. 1989-1990 시즌 18번째 우승을 달성한 뒤 한 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EPL이 출범한 1992-1993 시즌 이후 준우승만 세 차례(2001-2002·2008-2009·2013-2014 시즌) 차지했다.
리버풀은 지난해 10월 우승 청부사로 클롭을 영입했고, 마침내 첫 EPL 정상 정복이 가시권이 들어왔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첼시(승점 25·2위), 맨체스터 시티(24·3위), 아스날(24·4위)와 4강을 이뤄 우승을 다툴 전망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헤비메탈 축구’ EPL 흔든다
입력 2016-11-08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