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의 선택] FBI ‘선거 개입’ 부담 칼 거뒀지만 힐러리 깊은 상처

입력 2016-11-07 21:37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6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유세장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연설하고 있다. 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등장해 "한 표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정말 중요하다"면서 흑인 표심을 공략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6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유세장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그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대한 이메일 재수사 종결 발표에 "클린턴은 왜곡된 시스템 속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AP뉴시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향해 겨눈 수사의 칼은 허공에다 무혐의 결론만 내고 칼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러나 클린턴이 입은 정치적 상처는 쉽게 아물 것 같지 않다. 선거가 워낙 임박해서 나온 결론이어서 이미지를 회복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치개입 의혹을 산 FBI도 적지 않은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핵심 경합주에서는 반(反)트럼프 정서 영향으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조기투표 참가율이 껑충 뛰어 클린턴을 미소 짓게 했다.

평지풍파만 일으키고 무혐의 결론

공화당 소속인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6일(현지시간) 서둘러 재수사를 종결한 배경은 분명하지 않지만 ‘선거 개입’ 논란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FBI는 코미 국장의 수사 재개 선언 이후 클린턴 최측근인 후마 애버딘의 전 남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 컴퓨터에서 발견된 이메일을 모조리 대조했다. 그러나 이미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클린턴 이메일의 사본이거나 클린턴과 무관한 위너 전 의원의 이메일 등이었다. 클린턴의 은폐 시도나 새로운 이메일 등 혐의를 찾지 못한 수사팀은 사건을 서둘러 종결했다. 결론적으로 코미 국장의 수사 재개는 성급한 결정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수사는 암시와 누설로 하는 게 아니다”며 “뭔가 찾은 게 아니면 본업에 전념하라”고 공개적으로 코미 국장을 비판할 정도였다.

FBI는 선거가 끝난 뒤 적지 않은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FBI가 불분명한 단서로 클린턴을 겨냥한 재수사에 착수한 것 자체가 정파적 행동이었다고 분개했다. 반면 공화당은 FBI가 처음부터 수사를 야무지게 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플로리다 히스패닉 조기투표 75% 증가

경합주 중 선거인단이 29명으로 가장 많은 플로리다에서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대거 조기투표에 참가했다. 이날 오전까지 플로리다에서 조기투표에 참가한 유권자는 모두 620만명으로 이 중 약 100만명이 히스패닉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이는 2012년 대선에 비해 75% 증가한 수치다. 특히 조기투표에 참가한 히스패닉 중 3분의 1은 2012년에는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정치 무관심층이었다.

플로리다대 다니엘 스미스 교수는 “트럼프가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히스패닉 유권자들 사이에 확산된 반트럼프 정서가 히스패닉을 자극해 클린턴에 표를 던지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애리조나와 텍사스주에서도 조기투표한 히스패닉들이 증가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반면 흑인들의 조기투표 참가자는 2008년과 2012년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조기투표 참가자는 흑인들의 조기투표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라고 WP는 분석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