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이런 소년스러움, 이제 마지막이겠죠” [인터뷰]

입력 2016-11-09 00:03
영화 ‘가려진 시간’에서 갑자기 어른이 되어 나타난 소년 성민을 연기한 배우 강동원.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판타지적인 이야기라도 관객이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하는 게 배우로서의 내 일”이라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수린(신은수)과 재회한 영화 속 장면. 쇼박스 제공
“사실 고민이 많았어요. ‘30대 중반에 이렇게 소년 같은 캐릭터를 하는 게 맞나. 내 안에 그런 게 아직 남아있나.’ 촬영장에서도 우스갯소리로 그랬어요. ‘이제 이런 건 마지막’이라고.”

강동원(35)은 멋쩍은 듯 입을 열었다. 이는 괜한 걱정이었다. 영화 ‘가려진 시간’의 성민은 강동원의, 강동원에 의한, 강동원을 위한 캐릭터였다. 시공간이 멈춰버린 세계를 배경으로 한 이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그로 인해 개연성을 얻었다.

영화는 의문의 실종사건 이후 며칠 만에 홀로 어른이 되어 돌아온 소년 성민(강동원)과 그를 유일하게 믿어준 소녀 수린(신은수)의 이야기다. 몸만 훌쩍 자라 나타난 ‘어른 아이’ 성민을 강동원이 연기했다. 신비로운 이미지의 그는 판타지 장르에 유난히 잘 어울린다. 늘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는 그의 성향과도 딱 들어맞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나이가 들면서 인간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작품도 점점 좋아지긴 하지만, 아직 나는 현실에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좀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의 소신이자, 도전적인 작품 행보의 이유이기도 하다.

“특정 연령층 혹은 성별만 좋아하는 영화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집중했죠. 아이 같은 말투를 섞되 부담스럽지 않게 하거나, 감정표현과 행동을 오글거리지 않을 정도로 선을 잡았어요.”

연기경력 14년차의 베테랑 배우 강동원은 이번 현장에서 최고참 역할까지 도맡았다. 연출은 맡은 엄태화 감독은 이제 막 상업영화계에 발을 내딛었고, 상대 아역 신은수는 연기 경험이 전무(全無)한 상태였으니 그의 어깨가 무거웠다.

말끝마다 ‘선배님 선배님’ 하며 자신을 어려워하는 신은수에게 먼저 다가간 것도 그래서였다. ‘말을 놓고 편하게 대하라’며 마음을 열어줬다. 굳이 누구와 친해지려 노력하는 스타일이 아닌 그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최대한 현장을 편하게 해주려는 거였어요. 은수는 아직 훈련이 안 돼 있으니 뻘쭘할 수 있잖아요. 저도 어렸을 때 부끄러워서 못했던 것들이 많았거든요.”

강동원의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요즘 부쩍 나이가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는 그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태도가 점점 바뀌더라. 분명히 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느낌이 최근에 많이 들었어요. 작은 일에 신경 쓰기보다 뭔가 더 큰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 어릴 때 믿었던 ‘정의’만큼은 꾸준히 지키고 있어요. 그런 것까지 타협하고 싶지는 않아요.”

연기적으로는 “갈수록 편해지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그는 “경험이 쌓이는 만큼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감정선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니 디테일 잡는 데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되더라”며 “연기가 점점 더 재미있고 자유로워진다”고 고백했다.

강동원이 그리는 당장의 ‘큰 그림’이란 해외 진출을 의미한다. “한국영화의 버짓(예산)을 올리고 인프라를 늘려 복지를 개선하려면 결국 시장이 넓어져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배우가 선봉장에 서야 하죠. 궁극적으로 한중일 정도는 동시 개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배우로서 더 다양하고 더 좋은 영화를 찍고 싶고, 날고 기는 세계 영화인들과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게 그의 소망이다. “계속 나아가야죠.” 강동원은 이미 먼 곳을 내다보고 있었다. 16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