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 녹색바이오단지 86만㎡(약 26만평)의 땅 위에 코스모스와 국화, 백일홍 등 형형색색의 꽃이 가득 피었다. 지난 10월 초의 일이다. 예쁘기도 예쁘지만 향기가 얼마나 황홀하던지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다. 더 놀라운 것은 광활한 꽃밭이 매립지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이 아름다운 꽃들은 음식물탈리액에서 발생한 가스로 난방을 하는 온실에서 가꿔진 꽃이라니 더 놀랍다. 역겨운 냄새나 지저분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국화가 한창일 그 무렵 꽃만큼 예쁜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10월 1일부터 3일까지 계속된 ‘유엔청소년환경총회’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에코맘코리아가 공동 주관한 이 행사는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이라는 의제 하에 전 세계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청소년들이 국가대표가 돼 공감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300여명의 국내외 청소년 대표단은 쓰레기 매립장과 자원화 시설을 둘러보고 ‘일회용품은 NO, 재활용품은 YES’라는 대형 글자를 만드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무엇에 ‘NO’를 외치고 무엇에 ‘YES’라 해야 하는지 청소년들과 필자도 진지하게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필자는 이번 유엔청소년환경총회의 의제이기도 한 ‘순환’이라는 말을 무척 좋아한다. 싹이 트고 꽃이 지고 결국 땅으로 돌아가 거름과 자원이 된다. 빗물은 바다로 흘러가 구름이 되고 다시 비로 내려와 대지를 적신다. 자연의 순환이 아니었다면 지구는 이렇게 아름답기는커녕 유지조차 되지 못했을 것이다.
순환은 이렇게 쓸모없는 것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자연의 섭리 속에서 많은 것들은 다시 제 역할을 찾는다. 이러한 순환의 원리 속에서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도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쓰레기 순환의 기본은 ‘재활용’에 있다. 우리나라는 쓰레기종량제 등 재활용 관련법과 제도를 시행하면서 재활용 비율이 1996년 54.9%에서 2014년 83.9%로 늘어났다. 괄목할 만한 수치이나 이제는 내용 면에서 준비해야 할 때이다.
반면 에너지 해외의존도 97%, 광물자원 해외의존도 90%라는 숫자를 보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드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단위 면적당 폐기물 발생량은 OECD 국가 중 4위이고, 생활쓰레기의 매립률이 선진국은 3% 이내인 데 비해 우리는 10%나 된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남의 나라 것을 돈 주고 사다가 마구 쓰고 쉽게 버리고 있다.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자원순환이다. 수도권매립지에서는 다양한 폐기물 자원화 및 에너지화 시설을 운영한다. 대표적인 예가 매립가스 발전시설이다. 매립한 쓰레기에서 나온 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50㎿ 발전시설은 10만 가구(4인 기준)가 하루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들어낸다. 그냥 둘 경우 공기 속에 흩어져 사라질 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삼았으니 그야말로 쓰레기더미에서 현금을 주운 격이다. 음식물탈리액이나 슬러지의 자원화에 이어 현재 매립하고 있는 생활 또는 건설 폐기물도 자원화가 가능하다. 향후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것을 포함하면 화력발전소 하나와 맞먹는 무려 200㎿급이다.
유엔청소년 대표단의 반짝거리던 눈빛이 떠오른다. 그 아이들에게 꽃밭의 지구를 물려줄 수도, 쓰레기장의 지구를 물려줄 수도 있다. 자원 절약과 순환은 생각보다 시급한 문제다. 이제 자원순환에는 ‘YES’를 자원낭비에는 ‘NO’를 선택해야 할 때다. 이것이 쓰레기 정책의 시작이다.
이재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기고-이재현] 자원순환에는 ‘YES’를
입력 2016-11-07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