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결렬 땐… 朴 ‘2선 퇴진’ 외길

입력 2016-11-07 04:02
촛불을 손에 든 시민들이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 사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윤성호 기자

열흘 만의 두 번째 대국민 사과에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가 계속되자, 박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국 수습책이 빠진 사과와 검찰·특검 수사 수용 의사만으론 민심 수습은 이미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박 대통령이 국무총리 지명 및 청와대 개편, 두 차례 대국민 사과 외에 추가로 사태 수습을 위한 후속조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기류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이번 주가 정국 수습의 분수령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며 “박 대통령도 정국 수습을 위한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선 이번 주 중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영수회담 성사를 위해 진력키로 했다. 시기는 이를수록 좋다는 게 청와대 판단이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국회 인준, 책임총리 권한 보장을 위한 야권 협조를 호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야권이 김 내정자 지명 철회를 영수회담 전제로 내건 만큼 영수회담 성사 자체가 불투명하다. 청와대는 한광옥 비서실장 등을 통해 의사를 타진 중이지만 야권 입장이 워낙 완강해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야당 대표와 만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 참모도 “일단 정국 수습을 위해선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과 만나야 하는 만큼 형식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한 비서실장은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어제 광화문에서 보여준 국민의 준엄한 뜻을 매우 무겁게 느낀다”며 “하루속히 국정 혼란과 공백을 막고 정부 기능을 조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비장한 각오로 업무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선 영수회담 성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자는 의견이 주로 오갔다고 한다.

야권이 김 내정자 인준 요청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이 선택할 입지는 크게 좁아진다. 결국 김 내정자 지명 철회에 이어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 임명 등 거국중립내각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박 대통령이 직접 김 내정자 지명을 철회하거나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밖에 해법이 없다는 얘기다.

야당 설득이 어렵고 국민 여론이 더욱 악화된다면 박 대통령의 마지막 카드는 사실상의 ‘2선 퇴진’밖에 없다. 이미 청와대는 김 내정자 총리 인준 시 ‘국정을 총리가 주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이런 메시지를 밝힌다는 시나리오다. 박 대통령이 추가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총리가 행정 전반의 전권을 행사하고 자신은 외교·안보 사안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식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새누리당 탈당 역시 박 대통령이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오는 10일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 등 외교행사 외에 이번 주에도 별다른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