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 대면조사는 그의 사표가 수리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피의자 신분으로 친정에 불려나온 ‘민간인’ 우 전 수석은 여전히 위압적 자세를 보이며 결백을 주장했다. 수사는 횡령·직권남용 등 개인비리에 집중됐지만, 최순실(60)씨 국정농단과 관련한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
‘우병우·이석수’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출범 74일이 흐른 6일에야 우 전 수석을 불렀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관련자 조사는 마무리된 상황이다. 우 전 수석의 부인 이모(48)씨는 남편의 ‘계급장’이 떼어진 지난달 30일, 장모 김모(76)씨는 이달 3일 차례로 조서를 작성했다.
우 전 수석은 11층 조사실로 들어가기 앞서 윤갑근(52) 팀장과 만나 잠시 차를 마셨다. 윤 팀장이 “조사 잘 받으시라”고 하자, 우 전 수석은 “내가 할 말이 많다”고 답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19기 동기다. 하지만 그리 원만한 사이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직접 신문은 사법연수원 8년 후배인 김석우 특수2부장이 맡았다.
우 전 수석은 자신(지분율 20%)과 부인 이씨(50%) 등 가족이 소유한 회사 ㈜정강의 회삿돈을 유용해 접대비·통신비 등으로 쓰고, 회사 명의의 고급 외제차 마세라티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경 아들(24)의 보직 변경 등 특혜 복무 과정에 개입한 의혹도 있다. 대통령 직속의 이석수(53) 전 특별감찰관은 지난 8월 이에 대해 횡령과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 의뢰했었다. 이밖에 처가의 1300억원대 강남 부동산 거래, 경기도 화성 땅 차명보유 의혹에 대한 시민단체의 고발도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강남 땅 매매에 대해 이미 지난 9월 “자유로운 사적 거래로 보인다”며 무혐의 처분 뜻을 밝혔다. 화성 땅 부분에서도 우 전 수석의 직접 혐의를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조만간 우 전 수석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로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한 혐의가 나오지 않아 사법처리한다고 해도 불구속 기소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업무상 횡령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벌이고 있는 우 전 수석 부부의 자금거래 내역 추적 결과가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사팀이 맡고 있는 우 전 수석 수사는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중앙지검장)의 최순실씨 사건과 별개로 진행 중이다. 특별수사본부는 6일 최씨와 연루자 조사를 같은 검찰청사 7층에서 했지만, 우 전 수석을 따로 부르지 않았다.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관련 불법행위에 우 전 수석이 개입한 증거는 아직 없다고 한다. 수사본부 관계자도 “(우 전 수석 수사 계획이) 현재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정수석의 핵심 직무가 대통령 측근의 비리 관리인 데다 그의 청와대 입성 배경에 최씨가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된 상황 등에 비춰 우 전 수석이 국정농단 묵인·방조 조사를 위해 다시 소환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글=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피의자 신분으로 ‘친정’에 불려나온 우병우… 수사팀장에 “할 말이 많다”
입력 2016-11-06 18:20 수정 2016-11-06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