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 LCC(저비용 항공사) 업계가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종사들은 늘어난 운항 횟수에 피로감은 높아지고, 노후한 항공기에 부족한 정비 인력까지 겹쳐 늘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다. 정부 차원에서 LCC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관리시스템(ATIS)에 따르면 현재 대한항공은 160대, 아시아나항공은 84대의 항공기(화물기 제외)를 보유하고 있다. LCC 업체의 경우 제주항공이 25대로 가장 많았고, 진에어 22대, 이스타항공 17대, 에어부산 16대, 티웨이항공 15대 순이었다. 규모만 따져보면 대형 항공사의 10∼20%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LCC의 국제선 분담률은 지난 9월 20.4%에 달했다. 2011년 분담률 4.3%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양적인 성장에 치우치면서 안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력난이 가장 두드러진다.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이 국토교통부로 제출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항공기 1대당 조종사 수는 대한항공 17.2명, 아시아나항공 16.8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LCC의 경우 제주항공 14.7명, 진에어 13.3명, 에어부산 13.7명, 티웨이항공 13.5명, 이스타항공 10.8명 등으로 집계됐다. 대형 항공사와 LCC의 조종인력이 항공기당 3∼6명가량 차이 나는 것이다.
무리한 운항에 LCC 조종사들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한 LCC 관계자는 “일정이 계속 차 있어 연간 1000시간인 비행 제한 시간을 거의 채우다시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LCC 직원은 “중국에서 파격적인 제안으로 인원을 뽑아가면서 대형 항공사뿐 아니라 LCC도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라며 “기존에 남아있는 인력이 겨우 스케줄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노후화도 문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평균 기령은 8∼9년이다. 반면 LCC 보유 여객기는 연식 10년이 지난 기체들이 대부분이다. LCC 업체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중고 항공기를 도입해 노선에 투입하고 있어서다. 정비 인력도 모자라다. 진에어는 지난해 19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정비 인력은 42명에 그쳤다. 에어부산의 경우 16대의 항공기를 보유했지만 정비 인력은 52명뿐이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경우 모기업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정비 시스템과 인력을 지원받고 있다. 나머지 항공사들은 싱가포르 등 외국의 유지보수정비(MRO) 업체에 항공기를 맡기는 상황이다.
안전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최근 기내 압력장치가 고장 나면서 승객들이 호흡곤란을 겪었고, 진에어는 항공기가 출입문이 덜 닫힌 채 출발해 긴급 회항하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싼 만큼 LCC 관련 안전사고 위험성도 늘어나고 있다”며 “강력한 LCC 안전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폭발적 성장 저가 항공사들, 조종사 부족에 ‘골머리’
입력 2016-11-07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