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대기업들의 석연찮은 특혜 전모를 파헤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재벌 총수 특사, 검찰·세무조사 무마, 각종 사업 선정 등 대기업들이 받은 ‘공교로운 혜택’과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 대가와의 상관관계를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가성이 확인될 경우 포괄적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박범계 의원은 6일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이후 여러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7월 대표적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파상공세를 뚫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단일주주 최대 지분(11.21%)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백기사’로 나서 과반 찬성률(58.91%)을 기록했다. 박영선 의원은 국민일보 통화에서 “삼성이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으니까 국민연금이 부당하게 개입한 것”이라며 “당시 국민연금 홍모 기금운용본부장이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친구”라고 지적했다. 홍 전 본부장은 한양대 특훈 교수로 자리를 옮겼고, 시민단체들은 지난 6월 그를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 것은 물론 최순실(60)씨의 딸 정유라(20)씨 승마 훈련도 적극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최대 사정수사로 꼽히는 롯데그룹 수사의 ‘빈손’ 성과도 이런 영향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롯데는 두 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한 데 이어 정부 최대 난제였던 사드 부지로 롯데스카이힐스 성주 골프장을 내놓았다. 박범계 의원은 지난 4일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롯데의 재단 출연 규모 및 성주골프장 사드 부지 선정 과정 등이 검찰 수사와 무관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SK(출연액 111억원)·CJ그룹(13억원)은 각각 지난해와 올해 기업 총수인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이 특별사면·복권됐다. 특사 최종 명단엔 오르진 못했지만 한화(25억원) 김승연 회장도 특사 대상으로 거론됐다.
대림산업(6억원) 이해욱 부회장은 운전기사 상습 폭행 등 ‘갑(甲)질’ 논란으로, 부영그룹(3억원) 이중근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박범계 의원은 “검찰이 수사 편의상 입을 열기 위해 기업을 직권남용에 따른 피해자로 보는 것 같다”며 “하지만 출연 기업들의 특혜 의혹을 보면 궁극적으로 포괄적 뇌물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7명의 비공개 독대 내용과 관련해 총수들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글=강준구 고승혁 황인호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기획] 기업들 피해자 아니다… ‘거래’ 정황
입력 2016-11-06 18:13 수정 2016-11-06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