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 대형 사고가 또 발생했다. 20여일 전 관광버스가 과속으로 고속도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불이 나 10명이 숨졌는데, 이번에는 고속도로 갓길에서 전복돼 등산객 4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했다. 가을 행락철을 맞아 승객을 가득 실은 관광버스가 무리한 운행으로 ‘달리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6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2분쯤 대전시 대덕구 신대동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회덕분기점 인근(부산 기점 278㎞)에서 이모(55)씨가 몰던 관광버스가 도로 옆 가로등을 들이받은 뒤 우측으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산악회 전 회장 이모(74)씨 등 승객 4명이 숨지고 45명이 다쳤다. 7, 8명은 중상이어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관광버스에는 정원보다 3명 많은 49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들은 경기도 수원의 한 산악회 회원 10여명과 산악회가 모집한 등산객 30여명으로, 전북 완주군 대둔산으로 등산을 가던 길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수원시 화성행궁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고속도로 3차로를 달리던 중 앞지르기로 끼어든 흰색 승용차를 피하려다 우측 갓길로 넘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 대덕경찰서 관계자는 “호남고속도로 지선으로 진입하려던 흰색 승용차가 버스 앞으로 끼어들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고를 유발한 흰색 승용차 운전자는 난폭운전 혐의 등으로 입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승차 정원을 초과해 인명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경찰은 버스 운전자 이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버스 블랙박스와 고속도로 CCTV 등을 분석하는 한편 문제의 흰색 승용차를 추적하고 있다.
승객 A씨(72)는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산악회 전 회장이 숨져 안타깝다”며 “5년 전 산악회를 결성한 전 회장은 회원들을 잘 챙겨줬고 회비가 남으면 소외계층에 쌀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A씨는 “버스가 넘어졌을 때 일부 승객은 안전벨트에 매달려 구조됐지만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이들은 버스 밖으로 튕겨 나갔다”고 사고 당시를 설명했다.
대형버스는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관광·전세버스 등 대형버스 교통사고로 연평균 40명 정도가 숨지고 3000명이 부상을 입었다. 전세버스 사고는 2012년 1197건에서 2013년 1152건으로 줄었다가 2014년 1184건, 2015년 1188건으로 증가 추세다. 사고 발생은 주로 봄·가을 행락철에 집중돼 10월이 145건으로 가장 많고 11월 126건, 4월 124건 순이다.
왜 이렇게 관광버스 사고가 자주 일어날까. 우선 운전자의 전방 주시 태만, 과속·난폭·졸음운전, 교통법규 위반 등 안전 불감증이 사고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버스 회사의 무리한 운행 스케줄과 비용 떠넘기기, 관광버스끼리 바짝 붙어 줄지어가는 ‘대열운행’과 불법차량 개조, 속도제한장치 불법 해제 등 구조적인 문제도 여전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 일대에서 대형 사고를 낸 버스 회사인 태화관광은 운전사들에게 연착할 때마다 3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때문에 운전사들이 운행시간을 맞추려고 과속과 끼어들기를 일삼는 사례가 잦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대형 버스와 화물차 등에 의한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운전자의 안전교육 강화, 경찰의 적극적인 단속, 감독 당국의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전=홍성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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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관광버스 참사… 끼어들기 차량 피하려다 쾅!
입력 2016-11-06 18:31 수정 2016-11-07 0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