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대통령을 에워싸다

입력 2016-11-06 18:21 수정 2016-11-06 21:26
검찰의 국정농단 수사가 박근혜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다.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중앙지검장)는 청와대 안과 밖에서 대통령과 연결된 ‘비선실세’ 최순실(60)씨, ‘왕수석’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및 ‘문고리’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을 모두 구속했다. 이들 조사에서 나오는 진술과 다이어리·휴대전화 등 증거자료에 따라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시점과 강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수석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있을 때 최씨와 공모해 53개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K스포츠재단이 롯데·SK·포스코·부영 등에 추가 출연을 요구하는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하고, 최씨 개인 회사인 더블루케이의 이권 사업을 적극 지원했다는 의혹도 있다. 안 전 수석은 지난 5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대통령을 잘못 보필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은 이미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 일정 등을 기록한 다이어리도 확보해 분석 중이다. 다이어리에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대기업 총수 7명을 독대해 재단 기금 출연 논의를 한 대목도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관여 정도를 보여주는 정황 자료인 셈이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내부 문건을 최씨에게 수시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최근 그의 자택에서 압수한 휴대전화에는 최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국정과 관련해 지시하는 내용의 통화 녹음파일 등이 저장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국정농단 파문의 핵심인물 3명에 대해 “범죄 사실이 소명된다”며 차례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6일 세 사람을 모두 구치소에서 불러내 조사를 이어갔다.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이 최씨를 돕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윗선에 보고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던 ‘큰 가지’를 쳐내가면서 수사망은 빠른 속도로 박 대통령을 향해 좁혀가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도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필요하면 나도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나머지 2인인 이재만(50)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50) 전 국정홍보비서관에 대한 조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에 연루됐을 개연성이 높다. 청와대 문건의 작성과 보고를 총괄한다는 점에서 그의 승인이나 묵인 없이 청와대 문건이 밖으로 유출되기는 어렵다.

안 전 비서관은 최씨가 청와대를 출입할 수 있도록 차량을 제공하고 도왔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인사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