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이하 재단)은 기업들의 약점을 이용해 출연금을 뜯어냈다.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씨가 청와대 인사들까지 맘대로 동원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재단은 1차 출연금을 받아낸 이후인 지난 3월 롯데그룹에 추가 출연을 요구했다. 정현식 전 사무총장이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사무실을 찾아가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에게 75억원 출연을 요구했다.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 중 경기도 하남에 마련될 비인기 스포츠 육성시설의 건축비용을 부담해 달라는 것이었다.
롯데는 금액이 과하다며 난색을 표했고, 재단 측은 5억원을 깎은 70억원을 수정 제시했다. 이에 롯데는 절반인 35억원 출연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재단은 “다른 거점에도 기업들이 하나씩 맡아 지원하기로 했다”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결국 롯데는 지난 5월 6개 계열사를 통해 70억원을 재단 측으로 송금했는데, 재단은 이 돈을 열흘 만에 되돌려줬다. 검찰의 롯데 수사를 감지한 최씨가 뒤탈을 우려해 돌려줬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만 빠지면 괜히 미운털 박힐 것 같아 건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재단은 SK그룹에도 지난 2∼4월 추가 출연금 80억원을 요청했다. 특히 SK에는 “자금을 독일로 직접 보내줬으면 좋겠다”며 최씨의 개인회사인 비덱이나 더블루케이로 직접 송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그룹은 사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미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은 부영그룹에도 비슷한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돈뜯기’ 배경에는 최씨의 힘이 작용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일개 민간재단이 권력 실세들과 너무도 쉽게 선이 닿았다는 점이 이상했다”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상율 전 교육문화수석 등과의 만남을 사례로 거론했다.
검찰은 두 재단의 공식 기금 외에 ‘기업-최순실씨 소유 법인’ 혹은 ‘기업-미르·K스포츠재단’의 은밀한 돈거래로 의심되는 정황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글=정현수 노용택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靑 수석 동원… “다른 기업도 지원했다” 압박
입력 2016-11-06 17:38 수정 2016-11-06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