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에서 재창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친박(친박근혜) 중심 정당으로는 정권 재창출은커녕 당의 명맥 유지도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재창당 요구는 이정현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는 새누리당 비주류의 압박 카드이기도 하다.
분당(分黨)이라는 말만 꺼내지 않았을 뿐 새누리당은 이미 갈라져 있다. 비주류 중진의원들은 7일 오전 모임을 갖고 이 대표를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김세연 오신환 의원 등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모임’도 별도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완전히 버림받게 생긴 당에 반기문(얼굴) 유엔 사무총장이 오겠느냐”며 재창당론에 힘을 실었다.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당 지도부 사퇴 요구에 가세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유일한 비주류 최고위원인 강석호 의원은 최고위원직을 던지며 이 대표 사퇴를 압박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종구 의원은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간신만 있고 충신이 없어서 최순실 사태가 초래된 것”이라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사람들이 당에서 나가줘야 한다”고 말했다.
비주류 의원들은 아직 재창당 주장만 거론하고 있다. 분당 카드를 꺼내지 않는 것은 ‘친박계 위축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판단에서다. 친박계가 분노한 민심을 끝까지 외면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 요구까지 나오는데 소위 친박 핵심이라는 사람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느냐”고 했다. 다른 의원은 “아직 분당을 얘기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주말 박 대통령의 하야·퇴진을 요구하는 광화문 촛불집회와 국민 여론에 충격을 받은 상태다. 당내에선 야당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고 위기 국면을 빨리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별도특검과 국정조사도 받아들이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동시에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을 철회하고 국회에서 추천한 총리를 임명하는 등 박 대통령 2선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인식도 확산일로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이명박정부 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국민 건강권을 무시한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한 것이었다”며 “시민들이 대통령 하야·경질·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1987년 이후 30년 만의 일”이라고 우려했다.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이 대표는 선(先)사태 수습을 명분으로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반기문이 오겠나”… 새누리 거세지는 재창당론
입력 2016-11-07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