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힐러리 클린턴 중 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한국의 통상 환경에 악재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로 정부 기능이 마비될 조짐이 보이자 경제·외교 당국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가 미국 대선 이후 더욱 휘청거릴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전통적으로 미 대선에서는 자유무역 기조가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유력한 두 후보 모두 자유무역주의에서 후퇴한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으로부터 철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 멕시코·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 관세 부과 등 극단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클린턴은 국무부 장관 시절에는 자유무역을 설파했지만 대통령 후보가 된 뒤에는 조건부 자유무역주의로 선회했다.
산업연구원은 6일 ‘미국 대선 이후 경제정책의 변화와 영향’ 보고서를 통해 “누가 당선되건 미국 내 공정무역에 관한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며 “미국 국내 산업 및 시장 보호와 한국에 대한 시장 개방 요구가 한·미 간 통상 현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TPP 재검토와 연계해 서비스 산업의 조기 개방 요구가 증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막판 지지세를 결집시키면서 상승세를 탄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한국에 대한 무차별 통상압력 공세가 펼쳐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 대미 무역 흑자국이라고 비판하고, 미국의 동북아안보 정책의 무임 승차국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으로 양허정지가 이뤄진다면 2017년에서 2021년 5년간 총 수출손실 269억 달러, 일자리 24만개가 손실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출손실 타격이 가장 큰 산업은 자동차 분야로 손실액이 133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경제동향 1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 증가세도 둔화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미 시장에선 불확실성이 선반영되고 있다. 미 대선에 대한 우려로 증시는 하락했다. 지난 4일 종가기준 코스피는 일주일 새 37포인트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미 대선 결과에 따른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1급 간부회의에서 “미 대선 이후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수입규제, 통상압력 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7일 오전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 겸 현직 금융위원장 주재로 국내 금융시장 상황 및 외화유동성을 긴급 점검하는 회의를 개최한다.
그러나 외부 리스크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 사정도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이미 경질 대상으로 지목된 유 부총리와 임명 여부조차 불투명한 임 내정자가 어정쩡하게 동거하는 모습이어서 경제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세종=유성열 기자, 우성규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기획] 가뜩이나 어려운데… 美대선 누가 돼도 통상 ‘회오리’
입력 2016-11-07 04:12 수정 2016-11-07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