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설 익은 ‘재정안정화기금’ 도입 논란

입력 2016-11-07 00:07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이 좋을 때 기금을 적립하고 어려울 때 꺼내 쓰는 ‘재정안정화기금’ 제도를 중앙정부가 추진한다. 연도 간 세입 불균등에 대응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취지지만 지자체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지방분권 개헌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세수에 간섭하려는 것 자체가 시대에 역행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으로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자치부는 지자체 재정안정화기금을 도입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지난 4일 입법예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재정안정화기금은 각 지자체가 세입이 증가할 때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했다가 세입이 감소하거나 심각한 지역경제 침체 등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저축제도다.

행자부는 지방세수는 부동산 경기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연도별로 편차가 크기 때문에 제도 도입을 통해 재정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행자부에 따르면 지방세 규모는 2012년 53조9000억원에서 2013년 53조8000억원으로 0.3%포인트 감소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 2014년에는 61조7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4.8%, 지난해에는 71조원으로 15.0% 증가했다.

개정안을 보면 재정안정화기금은 각 지자체별로 지방세나 경상일반재원, 순세계잉여금이 과거 3년 평균보다 현저히 증가한 경우 증가분 일부를 적립한다.

지방세와 경상일반재원은 초과분의 10%이상, 순세계잉여금은 초과분의 20%이상을 적립하도록 했다.

행자부는 적립 근거 및 재원 등 기본적인 사항을 지방재정법령에 규정하고 구체적인 적립기준, 규모 등 세부내용은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행자부는 다음 달 14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연내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기금 적립실적을 공개하고 우수 지자체를 포상하는 등 행·재정적 수단을 통해 제도 도입을 적극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재정안정화기금을 도입키로 하고 이달 중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체로 지자체들은 제도 도입에 우호적이지 않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가 대부분이어서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제도를 도입해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지 말고 지방재정 확충 약속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들의 재정여건이 가뜩이나 좋지 않아 기금을 적립할 여력이 있는 곳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제도를 도입하는 지자체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