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서점가와 극장가에도 상륙했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비롯해 정치·사회 분야 도서들이 오랜만에 베스트셀러 순위를 꿰찼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도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최근 정국에서 대중이 주목한 책이나 영화에서 눈에 띄는 단어는 ‘노무현’이다. 박근혜정부의 추문과 실정이 노무현 향수를 불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최대 인터넷서점인 예스24가 6일까지 최근 한 주간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대통령의 글쓰기’가 종합 4위, ‘대통령의 말하기’가 종합 11위로 부상했다. 젊은 이용자들이 많은 인터넷서점인 알라딘의 6일 주간 집계에서도 ‘대통령의 글쓰기’는 종합 3위, ‘대통령의 말하기’는 종합 25위에 올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합쳐 8년간 대통령의 글을 담당했던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쓴 ‘대통령의 글쓰기’는 2014년 초에 나온 책이고, 윤태영 전 참여정부 대변인의 ‘대통령의 말하기’는 두 달 전에 출간됐다.
출판계에서는 두 책이 이 시점에 나란히 베스트셀러로 부상한 이유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수정해줄 정도로 박 대통령의 말과 글을 다루는 능력이 한심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노 전 대통령의 탁월했던 말하기·글쓰기 능력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지난 두 주에만 3만부가 팔려 전체 판매량 10만부를 돌파했다.
이밖에도 2010년 나온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는 예스24 정치·사회 분야 6위(주간 집계)에 올랐고, 2014년 출간된 ‘윤태영 비서관이 전하는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기록’ 역시 같은 집계에서 9위에 랭크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시민 작가의 국가론을 종합한 ‘국가란 무엇인가’(2011년), 전여옥 전 의원의 박 대통령 비판서 ‘i 전여옥’(2012년)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등장했다. 새 책으로는 2012년 노무현의 대선 승리 과정을 이해찬 안희정 유시민 등 12명 측근들의 구술로 정리한 ‘선택의 순간들’이 지난주 출간돼 알라딘 사회과학 분야 20위(주간)에 올랐다.
극장가에선 지난달 26일 개봉한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이고 상영관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지만 지난 주말 ‘닥터 스트레인지’ ‘럭키’에 이어 예매율 3위를 차지하면서 전체 관객 수 5만명을 돌파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최순실 게이트’ 반작용 서점가 ‘노무현 바람’
입력 2016-11-06 17:50 수정 2016-11-06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