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박세은(27)이 마침내 ‘발레의 종가’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의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2011년 7월 준단원으로 입단한 지 5년여 만이다.
파리오페라발레는 5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를 통해 현재 쉬제(솔리스트)인 박세은이 승급 시험 결과 프리미에 당쇠즈(수석무용수)로 승급한다고 발표했다. 아시아 무용수가 347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오페라발레의 수석무용수가 된 것은 처음이다.
파리에 있는 박세은은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 감개무량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도 했지만 가족 친구 동료들이 지지해 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승급 시험이 끝난 뒤 30분 만에 결과를 듣긴 했는데, 바로 저녁 공연을 준비하느라 제대로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지금은 솔직히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이어 “발레단에 뛰어난 무용수들이 워낙 많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승급을 확신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발레리나로서 진짜 삶이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파리오페라발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최정상 발레단이다. 150여명의 정단원은 5단계로 구분된다. 카드리유(군무)-코리페(군무 리더)-쉬제(솔리스트)-프리미에 당쇠즈(수석무용수)-에투왈(수석무용수 중 최고 스타) 순이다. 프리미에까지는 승급 시험을 통해 선발되며, 에투왈은 예술감독과 이사회 논의를 거쳐 지명된다.
그는 “올해 승급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저녁에는 발란신의 작품에 주역으로 출연하고, 낮에는 ‘백조의 호수’를 연습하느라 지쳤었다”면서 “승급 시험을 위해 따로 ‘파키타’ 2막 그랑파드되의 바리에이션을 연습하면서 한계에 부닥친 것 같았다. 그래서 승급 시험 직전에는 멍한 상태였다. 다행히 시험을 치르는 동안에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11년 준단원으로 입단한 그는 2012년 카드리유를 시작으로 2013년 코리페, 2014년 쉬제로 초고속 승급했다. 이후 ‘라 수르스(샘)’로 아시아 무용수 최초로 전막발레 주역을 맡은 데 이어 2015년 4월엔 클래식발레 최고봉인 ‘백조의 호수’ 주역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연습 도중 동료 무용수의 구두 굽에 이마가 찢어져 수술을 받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6㎝가량을 꿰맸지만 미간에 흉터가 남아 한동안 앞머리를 내리고 다니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프리미에 승급이 유력시됐지만 아쉽게도 고배를 마셨다. 그는 “작년 가을은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신앙 덕분에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뎠다고 생각한다”며 “크리스천인 만큼 열심히 기도하면서 다시 일어날 힘을 얻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파리오페라단 일원으로 한국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바람도 털어놓았다. 그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이 1993년 첫 내한공연을 가진 이후 다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머지않은 시기에 내한공연의 주역으로 한국 무대에 서고 싶다”고 피력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단독 인터뷰] 박세은 “발레리나로서 진짜 삶이 시작될 것 같아요”
입력 2016-11-06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