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팔지마” “영업구역 지켜라” 갑질 CJ제일제당에 과징금 겨우 10억

입력 2016-11-06 18:24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대리점들에 할인 판매를 금지하는 등 ‘갑질’을 일삼은 CJ제일제당에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식음료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은 갑질을 통해 8000억원의 부당매출을 올렸지만 남양유업 갑질 사건의 반사이익으로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1심 재판부 격인 공정위 전원위원회에 불공정행위 관련 매출액 8000억원의 2%인 160억원의 과징금 부과안을 상정했다. CJ제일제당은 2011∼2014년 전국 400여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자신들이 임의로 정한 영업구역을 벗어나 마트 등과 거래할 경우 불이익을 줬다. 충북 지역 A대리점이 고추장 200상자를 본사가 정한 영업구역 밖 마트에 납품한 것이 적발되자 CJ제일제당은 A대리점에 피해액의 배에 해당하는 부침가루 50상자를 B대리점에 보상하도록 지시했다.

또 할인 판매한 온라인대리점에 납품가격을 인상하는 등 가격을 통제했다. 이런 행위로 소비자들은 더 싼 가격에 제품을 살 기회를 박탈당했고, 그 이득은 CJ제일제당에 돌아갔다.

그러나 전원위원회는 400여개 대리점별로 구체적인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관련 불공정행위 매출액을 산정하지 않고, 정액 과징금 10억원만 부과했다. 관련 매출액이 불분명한 경우 불공정행위 1건당 5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전국 대리점과 온라인 등 전방위적인 갑질 증거가 있음에도 전원위원회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이다.

전원위원회는 법원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남양유업 밀어내기 갑질 사건에 대해 물증 부족을 이유로 공정위가 부과한 124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취소하고, 정액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 인력상 수백개에 달하는 대리점을 조사해 일일이 증거를 제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오는 12월 대리점업법 시행으로 갑질 신고가 늘어나도 본사 입장에서는 최대 5억원의 과징금만 내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