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변방의 기적’ 계속된다

입력 2016-11-06 18:41 수정 2016-11-06 21:19
한국 아이스하키대표팀 안진휘(오른쪽)가 6일 열린 2016-2017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오스트리아의 헤르부르거 라파엘과 퍽을 경합하고 있다. AP뉴시스

2016-2017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 조별리그 B조 2차전이 열린 6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투스케사르녹 아이스링크. 한국이 오스트리아에 1-3으로 뒤진 2피리어드 14분20초 유니폼에 ‘코리아(Korea)’를 새긴 파란 눈의 외국인 라이트윙이 전광석화처럼 적진을 뚫고 만회골을 터뜨렸다. 미국에서 귀화한 한국 아이스하키대표팀의 라이트윙 마이크 테스트위드(29·안양 한라)였다.

테스트위드는 이미 1피리어드 시작 41초 만에 선제골을 넣었지만, 오스트리아의 맹공에 시달린 한국은 2피리어드 초반까지 3골을 내주고 또 한 번의 패전 위기에 놓여 있었다. 유럽 선수들의 우람한 체격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았다. 체격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은 오직 속도와 조직력뿐이었다. 백지선(49) 감독은 필드플레이어들에게 빠른 역습을 주문했다. 테스트위드 역시 신장 196㎝ 체중 95㎏으로 상대에게 밀리지 않는 체격조건을 가졌지만, 백 감독의 전략을 이행해 만회골을 넣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한국의 기적적인 역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한국은 테스트위드의 만회골로부터 1분을 겨우 넘긴 2피리어드 15분57초 신형윤(26)의 어시스트를 받은 캐나다 출신 공격수 마이클 스위프트(29·이상 하이원)의 동점골, 3피리어드 시작 33초 만에 터진 조민호(29·안양 한라)의 역전골로 다시 승부를 뒤집었다. 93초 뒤 다시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기세는 이미 한국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3피리어드 11분쯤 퍽을 가로채 역습한 신상훈(23·안양 한라)의 결승골, 15분58초 조민호의 추가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의 6대 4 역전승. 2008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1 그룹A에서 0대 8로 참패한 뒤 8년 동안 4전 전패를 당했던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감격적인 첫 승을 신고했다.

한국은 1승 1연장패(승점 4)로 B조 1위에 올랐다. 전날 이탈리아와의 1차전에서 연장전 결승골을 허용하고 2대 3로 석패했지만 오스트리아를 잡고 기어이 결승까지 진출했다. 유럽 중상위권 국가들이 시즌 브레이크 일정으로 소화하는 이 대회에 2013년부터 출전했지만 들러리 신세를 면치 못했던 한국의 결승 진출은 유례없는 쾌거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상승세는 지난 시즌부터 시작됐다. 지난 4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1 그룹A에서 2승 1연장패 2패(승점 7)로 5위에 올라 그룹 잔류를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34년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일본을 꺾었고, 올림픽에서 소련(현 러시아)을 이긴 적이 있는 폴란드마저 제압했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가파른 상승세를 일군 주역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활약했던 ‘빅리거’ 출신 백 감독과 박용수(40) 코치다. 백 감독은 2014년 8월 부임해 한국 아이스하키의 체질을 바꿨다. 선수들을 외국으로 파견했고, 귀화 선수 6명을 수혈했다. 전력을 끌어올린 한국 아이스하키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어느 강호를 만나도 완패하지 않을 전략과 기술에 투지까지 확보했다.

한국의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 조별리그 승률은 0.667로 출전 6개국 중 2위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 강호들 사이에서 절반 이상의 승률을 쌓았다. 한국보다 높은 승률을 기록한 국가는 A조에서 2전 전승(승점 6·승률 1.000)을 거둔 개최국 헝가리뿐이다.

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