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예산’ 문화융성, 내년 삭감 1순위

입력 2016-11-07 04:31
“대한민국의 성장동력만큼은 꺼뜨리지 말아주실 것을 호소드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온 국정과제들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찍히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씨와 측근들이 문화융성 사업 예산을 멋대로 주물렀다는 비판에 대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를 따로 떼어놓고 봐도 지난 3년간 추진된 미래 성장동력 추진계획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최소 1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과제가 그때그때 이슈를 따라가기 급급해 해마다 변경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 분야는 가상·증강현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정밀의료, 미세먼지 해결, 바이오 신약 개발, 포스트 철강 경량소재, 탄소 자원화 등이다. 이 과제를 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19대 미래 성장동력 과제와 비교해 보면 가상·증강현실과 자율주행차만 연속해서 선정됐다. 앞서 2014년 6월 발표된 13대 미래 성장동력 과제에는 가상·증강현실도 포함되지 않았다. 증강현실게임 ‘포켓몬고’가 인기를 얻자 부랴부랴 과제에 포함시켰고, 지난 3월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이 관심을 끌자 인공지능 분야를 추가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6일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는 성장동력 확충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지만 사업 준비기간이 부족하고 예산이 급하게 편성됐다”며 “연구·개발(R&D)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엄격하게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 창출 관련 내년도 예산 중 문화융성 사업 부문은 이른바 ‘최순실 예산’으로 불리며 삭감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미래 성장동력과 관련해 약 15조3000억원을 편성했는데, 문화융성 기반 강화 분야가 1조7491억원, 글로벌 문화·콘텐츠산업 분야가 4조78억원으로 38%가량을 차지한다. 야당은 문화창조융합벨트 인프라 구축 사업과 융복합 콘텐츠 관련 사업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제사업 재점검·검증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의혹이 제기된 사업과 관련 인사, 추진 절차 등을 정밀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 동력 상실로 창조경제 관련 사업 전망도 불투명하다. 특히 미르재단 등 강제모금 의혹에 연루된 재계의 경우 정부의 미래 성장동력 관련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 의지가 꺾인 상태라는 평가도 나온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