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기동에 사는 김미자(60·여) 권사는 6일 자가용이 아닌 택시를 타고 교회에 왔다. 그가 출석하는 교회는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있는 광림교회(김정석 목사). 김 권사가 택시를 타고 교회에 온 것은 이 교회가 펼친 ‘택시데이’ 행사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택시데이는 택시를 타고 교회에 오면서 기사님에게 복음을 전하는 행사예요. 수고하시는 기사님들을 위해 택시비를 낸 뒤 거스름돈도 받지 않아요. 조금이라도 기독교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죠. 저도 택시비 1만3000원을 내고 거스름돈 900원은 안 받았어요.”
행사를 주최한 단체는 이 교회 남선교회총연합회(남선교회)였다. 남선교회는 2013년 부활절을 시작으로 매년 부활절과 교회 창립주일에 택시데이 행사를 열고 있다. 이날은 광림교회가 세워진 지 63주년을 맞는 창립주일이자 8회째를 맞는 택시데이 행사날이었다.
남선교회 회원들은 교회 정문에서 교회 이름이 새겨진 어깨띠를 두르고 성도들을 맞았다. 교회 앞에 택시가 서면 한달음에 달려가 떡 생수 물티슈 등이 든 쇼핑백을 전달하며 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저희 교회가 63번째 맞은 생일입니다. 떡도 잡수시고 예수님도 믿으세요.” 택시기사들은 뜻밖의 선물을 받자 겸연쩍어하면서도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택시데이는 남선교회 회원들이 새로운 전도 방법을 고민하다 만든 이벤트였다. 처음에는 일회성 행사를 기획했지만 2013년 부활절 때 진행한 첫 행사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남선교회 회원인 홍기원(61) 권사는 “500개 정도 준비한 선물이 동이 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좋아했다”고 말했다.
“예수님 명령처럼 땅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긴 힘들지만 이렇게라도 세상에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었어요. 가시적인 성과를 바로 거둘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저희가 뿌린 복음의 씨앗이 언젠가 열매를 맺을 거라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이 행사를 계속 열고 싶습니다.”
남선교회가 준비한 선물은 1000개에 달했다. 이날 오후까지 택시기사들에게 전달된 선물은 700여개. 남은 선물은 광림교회 성도들이 향후 노상전도를 할 때 나눠주기로 했다.
남선교회 회장인 박기연(56) 권사는 “평소 자가용을 타고 출석하는 성도들 중 절반 이상이 택시데이 행사에 참가했을 것”이라며 “우리 가족은 교회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사는데 일부러 택시를 타고 왔다”고 전했다. 이어 “택시는 구전(口傳)을 통해 복음 전도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택시데이 행사를 하는 교회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글=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성도들은 자가용 대신 택시 타고 예배 출석… 교회는 기사들에게 선물과 함께 복음 전해
입력 2016-11-06 2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