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그바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2012년 6월 릴(프랑스)을 떠나 첼시에 막 도착한 에당 아자르(25·벨기에)가 밝힌 포부였다. 첼시 해결사였던 ‘코트디부아르 특급’ 디디에 드로그바(38·몬트리올 임팩트)는 그의 영웅이었다. 드로그바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첼시에 세 차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2005·2006·2010년)과 한 차례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2012년)을 안겼다. 아자르는 조세 무리뉴 체제였던 2014-2015 시즌 14골 10도움으로 맹활약하며 첼시의 EPL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드로그바처럼 EPL 2연패를 이뤄내진 못했다. 아자르는 이번 시즌 ‘슈퍼 크랙’다운 면모를 과시하며 다시 EPL 정상을 노리고 있다. 첼시에서 드로그바 같은 존재가 되겠다는 그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아자르는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EPL 11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멀티골을 터뜨려 첼시의 5대 0 대승을 이끌었다. 전반 19분 아자르는 속공 상황에서 페널티지역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두고 오른발 슈팅을 날려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어 첼시가 3-0으로 앞서 있던 후반 11분엔 오른쪽 측면 돌파 후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아자르는 이날 EPL 4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시즌 7호골(공동 3위)을 기록했다. EPL 5연승을 질주한 첼시는 8승1무2패(승점 25)로 선두에 올랐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아자르는 EPL에서 파울을 많이 당하는 선수들 중의 한 명이다. 발재간을 부리며 볼을 오래 끌기 때문에 상대 수비수들의 표적이다. 그러나 해결사 능력이 있었기에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첼시 감독 당시의 무리뉴는 “아자르는 같은 나이대의 선수들 중 최고다. 메시, 호날두의 레벨로 향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아자르는 수비를 강조하는 무리뉴 체제에서 고군분투했다. 공격적인 풀백을 상대하는 날엔 수비에 치중해야 했다. 또 팀의 빌드업에 관여하며 홀로 공격을 이끄는 부담감에 시달렸다. 측면 낮은 곳에서 공격을 시작해 상대 윙어와 풀백의 협력 수비를 벗겨내고, 수비형 미디필더까지 제치며 맹활약하던 그는 “혼자 공격하는 건 너무 어렵다. 첼시는 수비만 하는 팀”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아자르는 지난 시즌 엉덩이와 사타구니, 대퇴부 등을 다쳐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EPL 31경기에서 4골 4도움에 그쳤다. 첼시도 부진을 거듭했고, 수뇌부는 결국 2015년 12월 무리뉴를 경질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을 소방수로 내세운 첼시는 10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처참한 시즌을 보낸 첼시는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안토니오 콩테 감독을 영입했다. 콩테 감독은 첼시에 3백 수비 전술을 이식하며 팀의 체질을 바꿨다. 아자르는 3-4-3 포메이션에서 수비 부담에서 벗어나 전방에서 대기하며 팀의 역습을 이끌고 있다. 콩테 체제에서 상대 수비 1∼2명을 상대한 뒤 곧바로 골문으로 전진할 수 있게 된 아자르는 EPL에서 7골(공동 3위)로 순항하고 있다.
콩테 감독은 에버튼전이 끝난 뒤 “아자르는 정말 인상 깊은 경기를 펼쳤다”며 “그는 매 경기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첼시 선수들은 아자르와 함께 뛰는 것을 행복해 한다”고 기쁨을 나타냈다.
김태현 기자
에당 아자르, 돌아 온 ‘슈퍼 크랙’
입력 2016-11-0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