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정상기] 아세안과의 전략적 관계 절실해

입력 2016-11-06 18:45

우리의 이웃인 아세안에서 강대국 간 전략적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대(對)동북아 외교가 최대의 과제이지만 이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국제무대에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아세안을 우리의 실질적 전략파트너로 활용코자 하는 외교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아세안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강대국들의 전략적 경쟁은 2010년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 선언 이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물량공세는 아시아 각국이 거절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세지고 있다.

2개월 전 중국은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와 반둥을 잇는 수십억 달러 상당의 고속철 공사를 일본 측 조건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완성해 주기로 합의했다. 또 경제 원조를 앞세워 필리핀 두테르테 정부를 중국 편으로 끌어당기는 성과도 올렸다. 말레이시아에 대해서는 30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각종 인프라 건설에 자금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이러한 중국의 공세에 미국은 외교 군사 및 동맹전략 등 다양한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일본 또한 외교와 경제력을 총동원하여 전통적 우호세력인 아세안 지키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처럼 강대국들의 전략적 경쟁이 격화되면서 아세안 내에서 우리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옅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아세안 국가들의 한국에 대한 평가는 높은 편이며 우리로부터의 적극적인 관계강화 조치들을 원하고 있다. 우리는 작년 1년 동안 아세안 국가들과 1200억 달러의 교역(2위), 42억 달러 투자(2위) 실적을 올렸으며, 우리 국민 580만명이 방문하여 아세안은 첫 번째 방문지역이 되었다. 우리 정부가 설립한 한-아세안 센터는 한국과 아세안 간의 관계 강화에 적극 기여하였으며 내년 부산에 설립 예정인 아세안 문화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들이 우리에게 아쉬움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한국이 북한 및 중국 미국 등 강대국과의 관계에 너무 함몰되어 있으며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로 표 대결이 필요할 때만 관심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또한 양측 간 경제관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경제 관련 각료급회의에 실무공무원들을 보내거나 그마저 불참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한류가 환영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소프트파워가 자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고위 인사들 간 접촉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충고도 있다.

아세안은 인구 6억3000만명의 거대 시장이며 연평균 5%씩 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인구의 60%가 35세 이하인 역동적인 시장으로 향후 10년간 중산층 인구의 2배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들 국가가 주요 국제문제에서는 한목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점증하는 아세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우리가 아세안을 경제 진출 대상을 넘어 실질적인 전략적 파트너로 삼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분야별 책임자들이 아세안 개최 회의에 적극 참석해 우리의 존재감을 각인시켜 나가고 고위 인사들 간의 친밀한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둘째, 아세안 회원국 간 통상 투자 등 시장 단일화를 향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아세안 내에서 원료수급-생산-판매가 가능한 수평적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등 뿌리내리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필요도 있다. 셋째, 아세안 국가들은 강대국들의 각종 제안들이 대부분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보고 우리에게 진정으로 아세안의 발전을 위한 각종 이니셔티브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그들의 통합과 발전을 위해 창의적인 방안들을 함께 강구하고 이와 함께 양측 간 주요 안보 관심사에 대해서도 협력방안을 공유해 나가는 것이다. 아세안을 우리 안보의 실질적 후원자로 삼기 위한 특별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상기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