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행한 대국민 담화는 지난달 25일 이후 두 번째 사과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진정성이 부족하고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만큼 대통령에 대한 불신의 벽이 최근 열흘 새 더 커진 셈이다.
이러한 반응은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졌다. 직장인 양모(30·여)씨는 ‘대국민 담화’가 아닌 ‘대국민 통보’에 불과했다고 비난했다. 양씨는 “최순실씨를 두고 ‘특정 개인’이라고 언급하며 이번 사태를 최씨의 개인적 일탈로 몰아가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검찰 수사도 불신한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이모(27)씨도 “인선 준비를 다 한 뒤 특검 수사를 받겠다는 대통령의 태도에서 전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동정표를 얻기 위한 전략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학생 이모(22)씨는 담화가 끝난 뒤 현장 취재진으로부터 질문도 받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모(24·여)씨도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국정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들어간 것이 어떻게 ‘대국민 담화’인지 모르겠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0대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학교에서 스마트폰으로 대국민 담화를 봤다는 고등학생 장모(17)군은 “검찰 수사에서 대통령의 권력이 이용될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회의감을 나타냈다. 대입 재수생 이모(19)양도 박 대통령의 담화문을 ‘감성팔이’ 담화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양은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든다”고 했다.
장년층의 의견은 엇갈렸다. 노점상을 하고 있는 김모(51)씨는 “들을 가치도 없는 담화문이었다”고 일갈했다. 이모(78)씨도 “평소 박 대통령을 좋아했지만 이번 사태와 이에 대처하는 것을 보고 싫어졌다”며 고개를 저었다. 직장인 유모(52·여)씨는 “측근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것도 비리”라며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반면, 교사 한모(55)씨는 박 대통령에 공감한다고 했다. 한씨는 “두 번째 사과인 만큼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대처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자영업자 이모(63·여)씨도 “최순실씨가 대통령을 등에 업고 권리남용을 한 건 잘못”이라면서도 “부모를 잃고 힘든 시절을 보냈을 박 대통령을 국민들이 너무 몰아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하자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변명으로 일관한 사과, 제 갈 길 가겠다는 일방적 선언”이라고 대국민 담화를 규정했다. 참여연대는 앞서 오전 9시30분쯤 박 대통령을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중앙지검에 형사고발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박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을 ‘최순실의 개인비리’라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인식 변화 없는 태도에 참담하다”고 꼬집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도 “국정농단의 주범은 박 대통령”이라며 “동정심을 일으켜 정권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꼼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검찰 수사에 맡기겠다며 얼버무릴 일이 아니고 ‘하야 담화’를 준비하라”고 촉구했다.
이가현 오주환 임주언 기자 hyun@kmib.co.kr
“여전히 진심 없어…” 불신 거두지 않는 시민들
입력 2016-11-05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