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신작 ‘트로이의 여인들’ 싱가포르 연출가와 손잡고 해외 진출 노린다

입력 2016-11-07 00:01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의 주연배우 이소연, 김지숙, 김금미, 김준수(왼쪽부터). 박진호 사진작가
연출가 옹켕센. 국립극장 제공
싱가포르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관문이다. 세계적인 금융·무역·교육 허브인 싱가포르는 1999년부터 문화예술 분야에서 인프라 구축과 콘텐츠 개발 등 ‘르네상스 시티 플랜’을 통해 아트 허브로도 존재감을 키워 왔다.

다인종 다문화 국가답게 싱가포르의 공연예술은 기획, 제작은 물론 스타일까지 다문화적이다. 11일 개막하는 국립창극단의 신작 ‘트로이의 여인들’(2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의 연출을 맡은 옹켕센은 바로 싱가포르 공연예술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싱가포르 예술축제 예술감독이기도 한 그는 다문화 기반 연극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97년 초연된 그의 대표작 ‘리어왕’을 보면 일본 중국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6개국의 전통예술과 무술이 녹아 있다. 또 등장인물들이 모두 각각의 언어로 공연한다. 그의 이런 스타일에 대해 일각에서는 ‘엑조티시즘(이국 정취)’라는 비판도 있지만 아시아를 아우르려는 그의 시도는 미래 지향적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덕분에 그는 아시아와 구미의 극장이나 페스티벌이 공동 제작하는 공연의 연출가로 각광받고 있다.

아시아 전통예술의 동시대성을 추구해온 그가 이번에 한국 창극과 손을 잡고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국립극장과 싱가포르 예술축제가 공동제작하는 ‘트로이의 여인들’은 내년 8월 싱가포르에서 다시 공연될 예정이다. 국립창극단이 해외 축제와 공동으로 작품을 만드는 첫 사례로 창극의 해외 진출에 전환점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에우리피데스의 ‘트로이 전쟁’ 3부작 가운데 하나인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했다. 트로이가 그리스-스파르타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왕비 헤큐바를 비롯해 트로이 여인들이 그리스에 노예로 끌려가기 직전의 이야기를 그렸다. 극작가 배삼식이 프랑스 철학자 겸 극작가 장 폴 사르트르가 1965년 개작한 버전을 바탕으로 다시 썼다. 전쟁의 참혹함을 주제로 삼은 원작과 달리 배삼식의 대본은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옹켕센은 판소리 본연의 아름다움을 돋보일 수 있도록 ‘미니멀리즘’을 작품의 콘셉트로 정했다. 소리꾼과 고수가 함께 판을 이끌어가는 판소리 형식을 살려 배역마다 지정한 악기가 소리꾼과 짝을 이뤄 극의 서사를 이끈다. 작창은 판소리를 대표하는 명창 안숙선이, 작곡은 정재일 음악감독이 맡았다. 창극단의 간판 여배우들인 김금미, 김지숙, 이소연과 함께 남자 배우 김준수가 트로이의 여인들 가운데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미녀 헬레네를 연기하는 것이 이채롭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