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行 최순실 입김 있었나

입력 2016-11-04 21:15
최순실씨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해운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4일 한진해운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 계열사 대한항공은 지난해 미르재단에 10억원을 출연했다. 삼성(125억원) SK(68억원) 롯데(28억원)에 비해 적다. 정치권에선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간 것도 돈을 조금밖에 내지 않았기 때문” “한진 조양호 회장이 추가 출연 요구를 거절했다가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해임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조 회장은 위원장으로 일할 때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90%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 자율협약 종료를 당초 기간만료일이었던 지난 9월 4일보다 5일 빠른 8월 30일 결정했다. 한진해운은 다음 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때문에 물류대란 대책도 충분히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채권단이 절차를 급박하게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한진해운 노조는 현대증권이 시장 예상을 수천억원 이상 뛰어넘는 금액(1조2500억원)에 팔린 것도 의혹 대상으로 보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현대증권에서 사외이사로 일하기도 했다. 장승환 한진해운 육상노조위원장은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씨의 그간 행위를 봤을 때 모든 상황이 한 번에 연결되는 것 같다”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이뤄진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청문회 과정에서도 관련 의혹이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해운 구조조정을 사실상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앞서 부족자금에 크게 못 미치는 자구안을 제시하는 등 정상화 의지가 부족했다”며 “자율협약 진행 때도 정상화가 안 되면 법정관리를 보내겠다는 게 정부의 일관적인 원칙이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