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43만원짜리가 3만원에…롯데콘서트홀 ‘러시 티켓’ 논란

입력 2016-11-07 00:00

Q : 지난 1일 롯데콘서트홀은 정명훈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러시 티켓(Rush Ticket)’ 판매 때문에 잇단 항의에 직면했다. 공연 당일 팔고 남은 티켓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러시 티켓이 왜 갑자기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일까.


A : 러시 티켓은 공연계에서 당일 팔고 남은 좌석을 떨이로 파는 티켓을 가리킨다. 남은 좌석 분량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운나쁘면 아침부터 기다려도 허탕을 칠 수도 있지만 운좋으면 80% 이상 싼 가격에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당일 할인 티켓’이란 용어가 친숙한 편이다. 1996년 한국연극협회 주도로 대학로 티켓박스에서 당일 연극 티켓의 가격을 50% 할인해주는 ‘반액 티켓 제도’가 그 시초다.

롯데콘서트홀은 개관과 함께 24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러시 티켓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좌석 등급과 상관없이 최고가 5만원 이하인 공연은 일괄 1만5000원, 최저가 5만원 넘는 공연은 일괄 3만원에 티켓을 판매한다.

빈필 공연의 경우 티켓 가격이 R석 43만원, S석 34만원, A석 25만원, B석 16만원, C석 7만원이었다. 러시 티켓 구매자 가운데는 43만원짜리를 3만원에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었던 셈이다.

롯데콘서트홀은 대개 전날 오후 5시 정도에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러시 티켓 판매 여부를 공지한 뒤 당일 개막 3시간 전부터 선착순으로 티켓을 판매한다. 평일은 오후 8시에 공연이 시작되기 때문에 오후 5시부터 러시 티켓을 판매하는데, 빈필 공연 당일 오전 10시 반부터 구매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약 100장의 러시 티켓을 준비했던 롯데콘서트홀은 오후 4시쯤 줄을 선 사람들이 100명을 넘어서자 대기표를 나눠줬다. 그리고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마감공지를 띄웠다. 그나마 이런 방식이 헛걸음 하는 사람들의 수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한편 대기자들로 인한 로비의 혼란을 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래식 팬들은 롯데콘서트홀의 운영 방식에 불만을 표했다. 중간에 대기자 명단을 만든 것은 규정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러시 티켓 마감 이후에도 끝까지 로비에 남은 사람들에 대해 추가 발권이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롯데콘서트홀은 러시 티켓 시행 이후 이렇게 인파가 몰린 게 처음이라 대처가 미숙했다고 사과했지만 추가 발권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해외에서 러시 티켓은 기본적으로 관객이 해당 공연장에 직접 가서 선착순으로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연계에서는 그동안 인터넷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할인 이벤트가 워낙 많이 이뤄져 러시 티켓이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나마 당일 할인 티켓 제도를 실시하는 예술의전당 등에서는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해서 롯데콘서트홀과 같은 혼란이 없었다. 롯데콘서트홀도 결국 회의를 통해 내년부터는 러시 티켓을 현장 판매 대신 인터넷 판매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