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핵심은 ‘朴, 국정농단 어느 선까지 개입했나’

입력 2016-11-04 17:56 수정 2016-11-04 21:25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굳은 표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허원제 정무수석, 김규현 외교안보수석, 최재경 민정수석, 강석훈 경제수석. 이병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4일 “검찰 조사를 받겠다”며 수사의 길을 터주면서 검찰로서도 ‘현직 대통령 직접 수사’라는 외길 외에 선택지가 없어졌다. 최순실(60·구속)씨를 비롯한 국정농단 주역들의 불법 행위에 박 대통령이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 규명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다. 민간인 최씨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한 ‘원천’인 박 대통령과 최씨 가운데 누구에게 최종 책임을 물을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의혹

검찰이 박 대통령을 수사할 경우 국정농단 파문의 시발점이기도 한 미르·K스포츠재단의 고속 설립과 774억원 강제 모금 의혹에 대한 조사가 1순위로 꼽힌다. 이를 주도한 최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이미 구치소 수감 신세가 됐다.

두 사람의 ‘암묵적’ 공범 관계는 중간에 있는 박 대통령의 역할이 있어야 성립된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모금을 직접 챙겼다는 정황은 계속해 드러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두 재단 설립 이전인 지난해 7월 대기업 총수 7명을 두 차례 독대하면서 기금 출연 관련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재산 출연금 규모를 1000억원으로 증액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총수들에게 무슨 발언을 했으며, 혹시나 출연 대가로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는 박 대통령에게 직접 답변을 들어야 할 부분이다. 회동 참석 총수들에 대한 조사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이날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향후 검찰 조사에서도 ‘대통령의 정책 수행’과 ‘최순실의 불법 행위’를 분리해 박 대통령 본인의 법적 책임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할 공산이 크다.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 의혹

최씨가 사용했던 태블릿PC에 박 대통령 연설문과 청와대 보고 문건이 저장된 경위 수사의 중심도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 역시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 때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최씨로부터)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며 문건 유출 개입을 사실상 시인했다. 검찰은 문건 전달자로 지목된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3일 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체포해 문건의 외부 유출 경로, 박 대통령의 지시 여부 등을 추궁하고 있다.

문제의 태블릿PC는 김한수 청와대 뉴미디어정책실 선임행정관이 2012년 6월 개통해 최종적으로 최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기기를 2014년 3월까지 사용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최씨의 의견을 듣는 것을) 그만뒀다”고 밝혔지만, 최씨에게 어떤 문서가 언제까지 전달됐는지 등은 검찰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 그가 정부의 안보·외교 정책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의 설명이 불가피하다.

각종 이권·인사 개입 의혹

박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씨는 청와대와 정부 고위관료를 앞세워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공무원 인사 전횡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나쁜 사람”이란 박 대통령의 한마디에 문체부 공무원들이 좌천된 일의 배경에도 최씨가 자리했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박 대통령을 상대로 최씨가 청와대를 제집처럼 드나 든 경위, 그가 ‘보모’처럼 박 대통령의 행사 의상을 직접 고르고 비용을 낸 것으로 의심받는 부분 등도 조사 대상이다. 결국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최순실이 권력 서열 1위”라는 주장의 진위를 묻는 성격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사진= 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