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검찰 조사를 받겠다”며 수사의 길을 터주면서 검찰로서도 ‘현직 대통령 직접 수사’라는 외길 외에 선택지가 없어졌다. 최순실(60·구속)씨를 비롯한 국정농단 주역들의 불법 행위에 박 대통령이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 규명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다. 민간인 최씨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한 ‘원천’인 박 대통령과 최씨 가운데 누구에게 최종 책임을 물을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의혹
검찰이 박 대통령을 수사할 경우 국정농단 파문의 시발점이기도 한 미르·K스포츠재단의 고속 설립과 774억원 강제 모금 의혹에 대한 조사가 1순위로 꼽힌다. 이를 주도한 최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이미 구치소 수감 신세가 됐다.
두 사람의 ‘암묵적’ 공범 관계는 중간에 있는 박 대통령의 역할이 있어야 성립된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모금을 직접 챙겼다는 정황은 계속해 드러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두 재단 설립 이전인 지난해 7월 대기업 총수 7명을 두 차례 독대하면서 기금 출연 관련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재산 출연금 규모를 1000억원으로 증액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총수들에게 무슨 발언을 했으며, 혹시나 출연 대가로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는 박 대통령에게 직접 답변을 들어야 할 부분이다. 회동 참석 총수들에 대한 조사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이날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향후 검찰 조사에서도 ‘대통령의 정책 수행’과 ‘최순실의 불법 행위’를 분리해 박 대통령 본인의 법적 책임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할 공산이 크다.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 의혹
최씨가 사용했던 태블릿PC에 박 대통령 연설문과 청와대 보고 문건이 저장된 경위 수사의 중심도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 역시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 때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최씨로부터)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며 문건 유출 개입을 사실상 시인했다. 검찰은 문건 전달자로 지목된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3일 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체포해 문건의 외부 유출 경로, 박 대통령의 지시 여부 등을 추궁하고 있다.
문제의 태블릿PC는 김한수 청와대 뉴미디어정책실 선임행정관이 2012년 6월 개통해 최종적으로 최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기기를 2014년 3월까지 사용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최씨의 의견을 듣는 것을) 그만뒀다”고 밝혔지만, 최씨에게 어떤 문서가 언제까지 전달됐는지 등은 검찰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 그가 정부의 안보·외교 정책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의 설명이 불가피하다.
각종 이권·인사 개입 의혹
박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씨는 청와대와 정부 고위관료를 앞세워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공무원 인사 전횡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나쁜 사람”이란 박 대통령의 한마디에 문체부 공무원들이 좌천된 일의 배경에도 최씨가 자리했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박 대통령을 상대로 최씨가 청와대를 제집처럼 드나 든 경위, 그가 ‘보모’처럼 박 대통령의 행사 의상을 직접 고르고 비용을 낸 것으로 의심받는 부분 등도 조사 대상이다. 결국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최순실이 권력 서열 1위”라는 주장의 진위를 묻는 성격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사진= 이병주 기자
수사 핵심은 ‘朴, 국정농단 어느 선까지 개입했나’
입력 2016-11-04 17:56 수정 2016-11-04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