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 모든 사태는 저의 잘못이고 제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며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거론한 ‘책임’과 관련해 어떤 법 조항을 적용할 수 있을까. 향후 검찰 수사에서 박 대통령의 혐의가 특정된다면 형사처벌은 가능할까.
법조계에선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모금 과정에 관여했다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포괄적 뇌물죄는 1997년 대법원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서 처음 확립한 법리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뇌물은 대통령 직무에 관해 공여·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판례를 남겼다.
통상 뇌물죄를 물으려면 ‘부정한 청탁’ 등 대가성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당시 두 전직 대통령은 기업들에 받은 뇌물 액수가 너무 방대했고, 받은 시점도 제각각이라 개별 뇌물이 어떤 혜택과 연결되는지 특정할 수가 없었다. 이에 대법원은 “대통령의 경우 ‘직무’와 ‘금품 수수’ 사이에 전체적 대가 관계가 있는 것만으로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포괄적 뇌물죄를 첫 적용했다. 이후 대법원은 국회의원에게도 이를 확대 적용했다.
한 법조인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건과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를 연관짓기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만약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박 대통령이 지시하거나 그 과정에 개입했다면 포괄적 뇌물 혐의를 적용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최순실(60)씨가 태블릿PC 등을 통해 청와대 내부 문건을 받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용인이 있었다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외교상 기밀누설, 공무상비밀누설,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대통령은 헌법 제84조 ‘불소추 특권’에 따라 현직에 있는 이상 기소되지 않는다. 다만 혐의가 구체적으로 특정된다면 박 대통령 퇴임 후 검찰이 형사 소추(訴追)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글=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적용 가능한 혐의는… 朴, 재단 모금 관여 땐 ‘포괄적 뇌물죄’
입력 2016-11-04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