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4일 오전 10시30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 초반부터 목소리를 떨거나 눈물을 글썽였다. 도중엔 목이 메는 등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9분간 이어진 담화에선 시종일관 “스스로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 “가슴 깊이 통감한다” 등 여러 차례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 “깊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다시 한 번 저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무엇으로도 국민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한 뒤에는 감정이 북받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또 “국민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 왔는데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돼서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눈이 붓고 어두운 표정으로 단상에 선 박 대통령은 먼저 고개를 숙인 뒤 담화를 시작했다. 짙은 회색 정장 차림이었고, 평소 즐겨하던 목걸이도 하지 않았다.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에게 목걸이나 브로치 등을 선물해 왔다는 야당 주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할 때는 결연한 톤을 내기도 했다.
담화를 마친 뒤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 박 대통령은 연단에 내려와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 다가갔다. 이어 “여러분께도 걱정을 많이 끼쳐서 정말 미안한 마음이다. 이만 물러가겠다”고 한 다음 퇴장했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 등 비서진도 대부분 침통한 표정으로 회견장에 배석했다.
이번 사과는 지난달 25일 첫 대국민 사과 이후 여론이 더욱 악화되고 의혹 역시 거듭 제기되면서 박 대통령이 직접 최씨와의 관계 및 의혹을 분명히 해명해야 한다는 압박에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담화 이후 기자들 질문은 받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께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자리인 만큼 질의응답이 없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가슴 찢어져”
입력 2016-11-05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