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초유의 현직 대통령 수사 착수

입력 2016-11-04 18:25 수정 2016-11-04 21:06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달 25일 첫 대국민 담화(왼쪽 사진)와 4일 두 번째 담화 모습. 첫 담화 때는 비교적 차분한 표정으로 90초 분량의 담화문을 읽었지만, 두 번째 담화에선 시종 굳은 표정으로 이따금 눈시울을 붉혔다. 이병주 기자

검찰이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 수사에 착수한다. 수사 방식은 방문조사 형태가 유력하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4일 대검찰청 간부회의를 열고 “최순실(60·구속)씨 신병이 확보된 만큼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라”고 지시했다. 김 총장은 “가동 가능한 검사들을 모두 동원하라”고 했다. 이어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검사 10명을 추가로 투입해 단일 사건 역대 최대 규모인 32명으로 증원했다.

김 총장이 명백한 실체 규명을 지시한 의혹의 정점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박 대통령은 현재까지 드러난 석연찮은 재단들의 설립 과정과 국정 문건 유출이라는 두 가지 이슈에서 최씨가 받고 있는 의혹에 연관돼 있다.

검찰은 최씨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 대기업들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제 모금했다고 결론지었다. 안 전 수석은 두 재단 설립·모금 과정에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직접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자금 출연을 요청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나는 심부름꾼에 불과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국민일보 11월 4일 1·3면 보도). 검찰은 안 전 수석에 대해 이날 직권남용·강요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은 물론 국방·외교·경제와 관련한 대외비 국정 문건을 민간인으로서 받아봤다는 의혹에도 휩싸여 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에서 최씨에게 문건을 보여줬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최씨는 문제의 태블릿PC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끝낸 검찰의 생각은 다르다. 검찰은 최씨에게 문건을 건넸다고 지목된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3일 공무상기밀누설 혐의로 체포했다.

국정농단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박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은 증폭돼 왔다. 박 대통령은 의혹 관련 구체적 경위 설명 없이 검찰 수사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입증 책임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은 진상 확인 내지 수사가 급선무이기 때문에 (대통령 수사 시점은)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조사한다면 청와대나 제3의 장소에서 방문조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는 이달 중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기초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김 총장은 신속한 수사를 강조하고 있고, 지난달 31일 긴급 체포된 최씨의 구속 기간은 한 차례 연장을 가정할 때 오는 19일까지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