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WKBL)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의 새 사령탑에 오른 신기성(41) 감독은 현역 시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포인트가드였다. 빠른 스피드와 정교한 외곽슛을 앞세워 코트를 휘저었다. 그래서 ‘총알탄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야전사령관으로 팀 동료들을 지휘하던 그때와는 달리 이제 양복을 입고 작전 지시를 내리는 위치에 섰다. 사령탑 데뷔 첫 해 목표는 바로 신한은행의 ‘명가 재건’이다.
신 감독은 ‘가드의 산실’이라 불리는 인천 송도고 출신이다. 안정된 기본기와 재치 있는 경기운영 능력 덕분에 코트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고려대 시절에는 전희철 현주엽 김병철 양희승 등과 함께 농구대잔치 세대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1998-1999시즌 프로농구(KBL) 원주 나래(현 동부)에 입단했고, 그 해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정통 포인트가드가 득세하던 시절, 신 감독은 정확한 3점슛 능력까지 갖췄다. 현대 농구에서 각광받는 ‘듀얼가드’의 원조였던 셈이다.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며 2002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4-2005시즌에는 동부의 전신 TG삼보를 우승으로 이끌고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신 감독은 2012년 인천 전자랜드에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프로 12시즌 통산 6282점 1807리바운드 3267어시스트 861스틸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신 감독은 은퇴 후 고려대, 부천 KEB하나은행 코치를 거쳐 신한은행 지휘봉을 잡았다. 정선민, 전형수 코치와 함께 명가 재건을 위해 뭉쳤다.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WKBL 통합 우승을 거둔 명문 팀이다. 다만 최근 ‘신흥 강호’ 우리은행의 독주에 최근 수년간 기를 펴지 못했다.
신 감독의 어깨는 무겁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베테랑 신정자와 하은주가 은퇴했다. 최윤아 윤미지 김규희 신재영 이민지 등 가드들마저 줄부상을 당해 전력에 차질을 빚고 있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신 감독은 지난달 31일 KEB하나은행과의 정규리그 홈 개막전에서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4일 구리 KDB생명전에선 52대 66으로 완패했다. 그는 “왜 감독들이 땀을 흘리는지 이제야 알겠다. 역시 감독 자리가 어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며 초보 감독의 고충을 털어놨다.
신 감독은 “아직 준비한 것의 50% 밖에 못 보여줬다”며 “속공도 속공이지만, 지공 상황에서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이뤄지는 빠른 농구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또 “국내외 선수들이 조화하는 농구, 선수들과 함께 하는 농구를 하겠다”며 “투지와 자신감 넘치는 농구로 지던 이기던 박수를 받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총알탄 사나이’ 명가 재건 나섰다
입력 2016-11-05 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