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남이 조종해야만 움직이는 ‘꼭두각시’

입력 2016-11-05 04:04

‘북괴’ ‘괴뢰군’. 어릴 적, 신작로 돌멩이만큼 흔하게 보고 듣던 말입니다. 북한과 북한군을 소련의 사주를 받는 괴뢰라고 한 것이지요. 지금은 그들이 미국에 놀아나는 남한이라면서 ‘남조선 괴뢰패당’이라고 거친 말을 합니다.

괴뢰(傀儡)는 전통 인형극 꼭두각시놀음(‘박첨지 놀이’)에 나오는 인형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박첨지의 각시(아내) 인형 같은 것들이지요. 인형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남이 조종해야만 작동한다는 뜻에서 꼭두각시는 주체성 없이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나 조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입니다. 형식상 독립적일 뿐 실질적으로는 다른 것에 종속돼 그의 말을 따르는 것을 뜻하지요. 북괴나 괴뢰패당이 그 예입니다.

우리말은 몽골어 계통의 언어입니다. 꼭두각시의 꼭두는 ‘탈’을 이르는 몽골어 godor(고도르)가 곽독(郭禿·궈투)으로 음역돼 중국에 들어온 뒤 곡독, 곡둑, 곡도, 꼭둑, 꼭두로 변한 것입니다. 꼭두는 이른 새벽을 뜻하는 ‘꼭두새벽’, 남사당패의 우두머리를 이르는 ‘꼭두쇠’ 등에서 보듯 맨 앞, 꼭대기, 우두머리를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국민은 안중에 없이 꼭두각시, 꼭두각시 조종자로 살면서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사람들이 있지요. 그들이 그토록 무시했던 그 국민들이 얼마나 단호하고 정의로운지 똑똑히 알게 해줄 때입니다.

어문팀장 suhws@kmib.co.kr, 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