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를 비롯한 청와대의 연이은 인사 속도전에 야권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비등해지면서 단계적 대응 기조를 유지해온 야당 지도부도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신임 청와대 허원제 정무수석의 예방을 거절했다.
3일 열린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선 청와대에 대한 ‘실력행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발언자의 60∼70%가 하야를 얘기했다”며 “장외로 나가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즉각 하야 요구보다는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자청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한 뒤 야당과 협의해 내각을 구성하는 내용이 선제조건으로 거론됐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의총 분위기가 살벌했다. 야당이 자제하면 정부도 마땅한 협의를 해줘야 하는데 이렇게 무시하니 강경 기조가 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역풍을 우려해 탄핵 발언은 없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또 다른 의원은 “선제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 던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솔직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오전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는 정부·여당에 대한 사실상의 최후통첩도 나왔다. 우 원내대표는 “여당이 국회 긴급 현안질의와 국정조사에 협조해주길 바란다”며 “원내에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바깥에 나가 국민에게 직접 보고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회 참석 등 장외 행동에 나설 뜻을 드러낸 것이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국민 의사와 동떨어지지 않게 전략적으로 고민해 4일까지 중지를 모으겠다”며 국정 대응을 위한 당론 채택 의사도 밝혔다. 이날 오전 임명된 허원제 수석은 오후 4시쯤 국회로 우 원내대표를 찾아왔지만 우 원내대표와 추미애 대표의 회의를 이유로 문전박대당했다. 허 수석은 전화로도 의사를 타진했지만 이 역시 거절당했다.
민주당 의원 31명이 ‘박근혜 대통령은 조속히 퇴진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두 차례 내는 등 공개적으로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국민의당도 공개적인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그 아집, 그 독선, 박 대통령은 역시 변하지 않았다”면서 “박 대통령이 상황 파악을 잘못한다면 우리는 성난 민심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당의 이름으로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병준 총리 내정자는 한번 버리는 카드다. 국면 전환을 어떻게 해볼까, 야당 반응 보기 위해 던진 것”이라며 “나는 의회주의자지만 박 대통령이 자꾸 이렇게 나오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과 민주당 박영선 변재일 민병두 김성수 최명길 의원,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했다. 정 의원은 “뜻있는 분들이 모여 분위기를 만들자는 차원”이라며 “앞으로 한 차례 더 모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준구 고승혁 기자 eyes@kmib.co.kr
민주 “하야” “장외투쟁” 들끓어… 오늘 당론 채택
입력 2016-11-04 00:03 수정 2016-11-04 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