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대학생들은 앞다퉈 시국선언문을 내놓으며 정권을 규탄한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의 외침은 교수, 종교계, 시민단체 등으로 확산 중이다.
학생독립운동기념일(학생의 날)인 3일 오후 7시55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정문 앞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혁명가가 울려퍼졌다. 중앙대 총학생회는 박근혜정부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열고 “제3자의 국정개입을 방관한 박근혜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외쳤다. 학생의 날은 일제에 항거한 학생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지정된 기념일이다.
이날 오후 4시 서울대도 시국대회를 열었다. 서울대 학생 200여명은 중앙도서관 계단에 모여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촛불을 들고 신림사거리까지 행진하기도 했다. 동국대 총학생회는 오후 3시30분 ‘오두방정 대한민국, 비선실세의 오방낭을 날려버리자’는 이름의 문화제를 개최했다. 학생들은 ‘박근혜 사퇴’라는 문구가 적힌 빨강, 파랑, 노랑, 검정, 흰색 풍선 400여개를 하늘로 날려보냈다.
연세대 학생들도 오후 5시 정문 앞에 집결했다. 한 정보산업공학과 학생은 “최순실, 박근혜, 새누리당과 대기업들은 이번 사태의 공범”이라고 비난했다.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집회와 시국선언은 거리의 촛불집회로 이어지고 있다. 홍익대 학생 80여명은 오후 6시쯤 촛불을 들고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를 행진한 뒤 지하철 홍대입구역 8번 출구 근처 광장에서 자유발언 시간을 가졌다. 근처를 지나던 시민들도 모였다.
한양대 총학생회, 교수, 교직원, 동문들은 오후 5시 2차 시국선언 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박 대통령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최순실의 손을 거친 인형에 불과하다”며 “‘개헌논의’나 또 다른 무엇으로도 가리거나 반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시국선언을 마치고 왕십리역 광장까지 행진한 뒤 오후 7시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리는 시민들의 촛불집회에 합류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20)씨의 특혜 의혹 중심에 서 있는 이화여대도 동참했다. 교수와 재학생 및 졸업생 2500여명은 오후 6시30분 이화여대 캠퍼스콤플렉스(ECC) 광장에 모여 ‘권학유착’을 규탄했다.
이날 오후 국민대 학생들은 행정정책학부 김병준 교수의 총리직 수락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박근혜정권을 사실상 인정한 김 교수에 대해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의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부·대학원생들은 “2008년 박 대통령에게 수여한 KAIST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철회하라”고 학교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밖에 한국외대, 부산대, 고려대, 경기대, 성공회대도 학내에서 집회를 열고 ‘국정농단 사태’를 강하게 비난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도 이어졌다. 건국대 교수 116명, 중앙대 교수 194명, 동국대 교수 155명은 이날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박근혜정권의 퇴진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4일 박 대통령을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시민사회단체도 줄줄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위안부 관련 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과 전국사범대학단, 사회복지사 1000명 등도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이가현 전수민 임주언 기자 hyun@kmib.co.kr
최순실 농단 못참아… ‘학생의 날’ 거리 나선 학생들
입력 2016-11-04 00:02 수정 2016-11-04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