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배추 가격이 폭등하면서 김장철을 앞둔 가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배추 6만t가량을 긴급 투입키로 했지만 가계 부담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일 “올해 김장배추 생산량이 123만3000t으로 추정돼 지난해(143만6000t)보다 20만3000t(14.1%) 줄어들 것”이라며 “김장배추 공급량이 감소해 도매시장 가격(포기당 가격)은 2000원 내외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이 급등한 것은 전국 출하 물량의 16%를 차지하는 전남 해남 지역이 10월 태풍(차바) 피해를 당한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남 지역 물량이 풀리던 11월 하순은 김장철 성수기(11월 하순∼12월 상순)여서 ‘김장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11월 상순 현재 서울 가락시장 배추 도매가격은 포기당 178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06원)보다 48% 올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급 조절 없이 추세대로 갈 경우 다음달 초부터 배추 가격이 2000∼2200원까지 오를 것”이라며 “수급안정 대책을 통해 가격을 2000원대로 낮추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다음달 20일까지 수급안정대책반을 운영하고, 배추 비축물량 6만2500t을 김장 성수기에 집중 공급할 계획이다. 또 직거래 장터와 홈쇼핑 등으로 거래 물량을 늘려 김장비용 줄이기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12월에도 배추 출하량 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마늘 등 김장재료 가격도 오름세다. 농촌경제연구원은 “12월 전체 출하량은 가을·겨울배추 출하량 감소로 지난해보다 18%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장마늘 1㎏ 도매가격은 7000원으로 예년(5544원)보다 26%가량 오를 전망이다.
김장재료값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오르면서 가계가 피부로 느끼는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올해 대형마트에서 신선배추를 사서 김장을 할 경우 4인 가족(김치 20포기) 기준 김장비용이 24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3%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절임배추로 김장을 하면 비용이 28만6000원으로 지난해보다 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추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체 김치 재료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옥션은 김장철을 앞둔 최근 한 달(10월 1∼31일) 동안 이색 김치나 샐러드를 만들 수 있는 양배추·샐러드채소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3배(204%)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파김치 재료인 대파 부추 판매량도 102% 늘었다. 이색김치 재료로 알려진 비트 판매량은 48%, 연근은 55% 각각 증가했다.
직접 김장을 하는 대신 완제품인 포장김치를 구매하는 고객도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총각김치 깍두기 판매는 5배 이상(464%) 급증했다. 묵은지 맛김치 판매도 182% 늘었다. 10㎏ 미만 소포장 포기김치 판매도 75% 증가했다.
글=백상진 기자, 김혜림 선임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金배추’… 김장하기 겁난다
입력 2016-11-03 18:29 수정 2016-11-03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