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동의보감’과 보물 ‘대명률’, 삼국시대 도기 등이 도난·도굴된 중요 문화재인 것을 알면서도 사들여 사찰이나 개인 박물관 등에 숨겨온 이들이 대거 붙잡혔다. 이들로부터 회수된 문화재만 3808점에 달한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년여 수사 끝에 전국의 사적지나 사찰 문화재를 훔친 도굴꾼 설모(59)씨와 훔친 문화재를 사들인 사립박물관장 김모(67)씨, 유명 사찰 승려 출신 문화재 매매업자 이모(60)씨 등 18명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국보 제319호와 동일 판본인 동의보감 22권(합25권)과 보물 제1906호로 지정된 대명률을 비롯해 고서류 2758점, 도자기류 312점 등을 회수했다.
이씨는 1999년 절도범으로부터 사들인 초간본 동의보감을 경북의 한 사찰에 2000만원을 받고 판 혐의를 받고 있다. 박물관장 김씨는 장물 문화재를 사들여 보물로 지정받고 뻔뻔하게도 자신의 박물관에 전시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수된 동의보감은 허준이 선조의 명에 따라 광해군 때인 1613년 간행한 의서로 115년 뒤에 일본, 150년 뒤 중국 등 외국에서 7차례 출간될 정도로 가치가 높다. 이번에 회수된 동의보감은 총 25권 한 세트로 국보 319-1∼3호로 지정된 초판본과 같은 판본이며 권당 2000만원 이상으로 25권 전체는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명나라 형률 서적인 대명률은 조선 초기 간행된 직해 원문본으로, 현재 중국에 남아 있는 최종본 대명률(1397년 반포)보다 앞서는 국내 유일의 희귀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의보감의 경우 내사기(궁에서 누구에게 하사한다는 기록)가 오려진 채 발견되는 등 25권 대부분이 훼손된 채 발견됐으며 대명률도 책의 앞뒤 표지가 떨어져 있었다. 이는 문화재의 원소유자 및 소유 과정을 알지 못하도록 훼손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검거된 피의자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공소시효가 지날 때까지 수년에서 수십년 동안 은닉 후 이를 장물시장에 내놓거나 고의로 훼손시켜 수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브로커와 도굴꾼 등 4명은 공소시효가 지나 불기소 처분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회수·적발된 문화재 사범은 빙산의 일각으로 앞으로 문화재 절도범 등에 대한 첩보 수집을 확대하겠다”며 “문화재 해외 밀반출에 대비해 문화재청·공항·항만 당국과 긴밀히 공조하고 문화재 비리사범 단속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의정부=김연균 기자 ykkim@kmib.co.kr
동의보감 초판본·국내 유일 희귀본 대명률… 도난된 국보급 문화재 등 3800여점 회수
입력 2016-11-03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