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임종룡 ‘어색한 동석’

입력 2016-11-04 04:38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과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가 3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뉴시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가 3일 오전 공식석상에서 어색하게 동석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오전 7시30분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7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은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으로 이뤄진 총리와 부총리 개각 이후 처음 열린 장관 참석 회의였다. 회의에는 유 부총리와 임 내정자를 포함해 17개 주요 부처 장·차관들이 참석했다.

유 부총리는 회의 시작 4분 전 회의장에 도착했고, 임 내정자는 그보다 1분 뒤 금융위원장 자격으로 착석했다. 유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상황이 엄중한 만큼 정부와 공직자는 다시 한번 각오를 가다듬고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경제정책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며 특히 “경제팀은 어려운 여건이지만 ‘우리 경제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명감으로 빈틈없이 경제 현안들을 점검하고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1시간 동안 비공개로 회의가 진행됐고, 부동산대책 논의 외에는 개각 관련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두 사람은 따로따로 취재진을 피해 이동했다. 유 부총리는 평소와 다르게 경제 현안에 대한 기자 질의응답을 피했다.

이번 부동산대책은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함께한 유 부총리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발표 하루 전 후임 부총리가 내정됐지만 내용 수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2명의 경제수장이 공존하면서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부동산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정책 무게추는 임 내정자로 급속히 쏠리는 모양새다. 임 내정자는 전날 자택 앞에 찾아온 기자들과 만나 “정책은 진정성과 일관성, 신속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는 기재부 국실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사실상 부총리 업무에 돌입했다. 그는 이번 주말까지 각 국실 업무보고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재부 내에서도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등 향후 정책에 대해 유 부총리가 아닌 임 내정자에게 보고하는 분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임 내정자가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만큼 부총리 적응기간이 길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