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사물인터넷(IoT) 통신망 표준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국내 IoT 시장은 2020년이면 13조∼1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 진영이 다른 표준을 채택해 누가 승자가 될지 주목된다.
KT와 LG유플러스는 IoT 통신망 중 하나인 NB-IoT 상용화를 공동 추진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양사는 내년 1분기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협력한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한 후 내년 중으로 전국망 구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통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두 업체가 손을 잡은 건 표준 확보와 더불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많은 협력업체가 참여하면 칩셋, 모듈 등을 한꺼번에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단가를 낮출 수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핵심 부품을 함께 주문하고 NB-IoT 표준 채택을 위해 국내외 단체에 정책 제언을 하는 등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SK텔레콤은 다른 IoT 통신망인 로라(LoRa)를 이미 상용화 단계까지 진전시켰다. 6월 말 로라 전국망 구축을 완료했고, 차량용 블랙박스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서비스 상용화도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로라 국제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등 글로벌 업체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미 LTE 전국망을 구축한 이통사들이 별도의 IoT망을 필요로 하는 건 효율성 때문이다. IoT망은 작은 양의 데이터를 전송하면 되고 대신 배터리는 충전 없이 몇 년 이상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LTE망은 속도가 매우 빠르지만 배터리 소모량이 많아서 IoT용으로는 한계가 있다. 반면 NB-IoT와 로라는 데이터 전송 속도는 느리지만 배터리 수명은 충전 없이 10년 가까이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NB-IoT와 로라 중 아직 표준으로 자리잡은 건 없다. NB-IoT는 통신사업자 중심으로 움직임이 활발하다. NB-IoT 진영은 통신 용도로 할당된 주파수(면허대역)를 사용해 서비스 범위가 넓고 안정적이라고 강조한다. 김준근 KT 기가 IoT사업단장은 “로라는 현재 정체 상태이며 일부 틈새시장에서만 사용될 것”이라고 NB-IoT의 승리를 자신했다.
반면 로라는 NB-IoT보다 먼저 출발해 상용화가 더 빠르다고 주장한다. 로라 진영에는 컴캐스트, 소프트뱅크, IBM, HP 등 통신사업자뿐만 아니라 비통신 사업자들까지 400곳이 넘는 업체가 참여해 시장을 키우고 있다. 와이파이 같이 개방된 주파수(비면허대역)를 사용하는 것도 비통신 사업자가 선호하는 이유다.
SK텔레콤은 KT·LG유플러스 진영이 로라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을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SK텔레콤은 “투자 계획도 발표하지 않고, 경쟁 기술에 대해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것은 두 업체의 조급증을 반영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연 17조원 IoT 시장 망 표준 경쟁 점화
입력 2016-11-03 18:38 수정 2016-11-03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