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의 선택] 지지율 동률, 뚜껑 열어봐야… 루저는 당신!

입력 2016-11-03 17:50 수정 2016-11-03 21:25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템피 유세에서 지지자를 가리키며 웃고 있다. 클린턴은 유세 뒤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월드시리즈 중계방송을 시청했다. 시카고 출신인 클린턴은 컵스의 팬이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베이프런트 공원에서 유세를 하며 손가락으로 지지자를 가리키고 있다. 트럼프는 “우리가 지고 있는 척하라”며 “그리곤 나가서 투표하라. 승리의 기회를 날릴 순 없다”고 강조했다. AP뉴시스
미국 대통령 선거를 6일 남겨놓고 2일(현지시간) 발표된 여론조사 4곳 중 3곳에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이 동률로 나타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 연방수사국(FBI)의 클린턴 후보에 대한 이메일 게이트 수사재개 선언 닷새 만에 침묵을 깨고 “수사는 암시와 누설로 하는 게 아니다”며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클린턴이 승리하더라도 탄핵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예상 선거인단 격차도 빠르게 줄어=ABC뉴스와 워싱턴포스트(WP)가 공동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각각 46%로 동률을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은 매일 1% 포인트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라스무센과 IBD가 각각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44%로 같았다.

다만 이코노미스트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트럼프에 3% 포인트 우위를 보였다. 2주 전 같은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4% 포인트 우위였으나 격차가 줄었다.

선거인단 판세는 여전히 클린턴이 앞서지만 격차는 빠르게 줄고 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클린턴의 예상 확보 선거인단을 226명으로, 트럼프는 180명으로 각각 제시했다. 하루 만에 클린턴 선거인단은 33명 줄었고 트럼프는 16명 늘었다.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WP는 트럼프가 막판 상승세를 타면서 클린턴을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을 4가지 경우의 수로 분석했다. 첫째, 트럼프가 2012년 대선 당시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이긴 주를 모두 얻을 경우다. 두 번째는 노스캐롤라이나를 제외한 나머지 경합주에서 모두 이기고 네바다, 위스콘신까지 추가하는 상황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선거인단이 269명씩 동수를 기록하는 경우인데, 이때 공화당 주도의 의회에서 대통령을 뽑기 때문에 트럼프가 이기게 된다.

한편 블룸버그는 아일랜드 소재 다국적 베팅 업체 패디파워가 집계한 결과 최근(31일과 1일)에 몰린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베팅액의 91%가 트럼프 승리 쪽으로 몰렸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깜짝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처럼 여론조사와 달리 트럼프가 승리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패디파워는 분석했다.

◇오바마, 침묵 깨고 강도 높게 FBI 비판=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나우디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FBI의 수사재개 선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바마는 코미 국장이 지난달 28일 미 의회에 수사재개 방침을 통보한 이후 침묵을 지켰으나 판세가 급변하자 FBI를 비판하면서 클린턴을 적극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오바마는 “수사에는 규범이 있다”면서 “수사는 암시나 불완전한 정보, 누설로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FBI 수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오바마는 “FBI가 지난 7월 철저히 조사한 뒤 내린 결론은 ‘클린턴을 기소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는 것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클린턴이 승리하더라도 탄핵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클린턴이 이겨도 수사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기소가 임박해지면 하원에서 탄핵 심판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짐 조던 의원도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 재단 비리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