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직장에서 나오는 ‘자녀 학자금’을 받기 위해 조카를 입양하려 한 부부의 입양 신청을 기각했다. 개인 이익을 위한 입양은 허가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3단독 이선미 판사는 A씨(54) 부부가 “조카 B양(18)의 입양을 허가해 달라”며 낸 미성년자 입양허가 청구를 기각했다고 3일 밝혔다.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A씨는 여동생 딸인 B양을 입양하겠다며 법원에 신청서를 냈다. A씨는 입양 청구서에 “직장에서 제공하는 자녀 학자금을 조카가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입양을 신청한다”고 적었다. 앞서 A씨는 누나의 자녀 2명을 입양했지만, 회사가 제공하는 자녀 학자금만 조카들에게 준 뒤 파양했다. 당시에는 미성년자를 입양할 경우 가정법원에 허가를 받도록 하는 ‘입양허가제’를 실시하기 전이라 지방자치단체 신고만으로 입양이 가능했다.
‘꼼수’는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판사는 “청구인들은 A씨 직장에서 제공되는 학자금 지원을 조카가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입양청구를 한다고 밝히고 있다”며 “이들 부부의 입양 동기, 입양 대상자의 나이, 양육 상황 등을 종합하면 입양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부모·자녀 관계를 실질적으로 맺으려는 의사도 없이 학자금 지원을 받으려 입양하는 건 제도를 남용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며 “2013년 7월 입양허가제 도입 이전에는 ‘가장 입양’을 통제할 수 없었지만, 민법이 개정됨에 따라 법원이 허가 과정에서 입양남용 사례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학자금 노린 조카 입양 안된다”
입력 2016-11-03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