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왕수석’으로 불렸던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 가운데 처음으로 긴급체포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일 안 전 수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소환해 조사하던 중 오후 11시40분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주요 혐의를 부인하고, 검찰 출석 전 핵심 참고인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해 긴급체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최씨에게 이미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에서 안 전 수석을 체포하지 않을 경우 증거인멸 우려도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청와대 근무 당시 최순실씨를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대기업을 상대로 한 774억원 출연금 모금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직권남용 혐의의 주체”라고 말했다. 최씨가 기금 마련을 계획하고, 안 전 수석이 직위를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냈다는 뜻이다. 범행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안 전 수석이 주범이고 민간인 신분인 최씨는 공범이 된다.
안 전 수석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그러나 그의 모금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관련자 진술이 계속 나왔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안 전 수석과 최씨의 지시로 SK에 80억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의 70억원대 추가 모금에 안 전 수석이 관여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대기업 출연금 모금의 실무를 총괄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근부회장도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기금을 냈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이 부회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안 전 수석이 출연금 모금에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1시50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안 전 수석은 취재진의 민감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모금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대행했는가” “최순실씨를 모른다고 했는데 맞느냐”는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지만 안 전 수석은 “검찰에 가서 모두 사실대로 얘기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다만 안 전 수석은 최근 주변 지인들에게 “최씨와 직접 연락한 적이 없고, 박 대통령이 지시하면 수하 직원을 통해 기업 쪽에 모금 등에 대해 얘기한 게 전부”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을 상대로 두 재단 기금을 모으기 위해 기업들과 접촉한 경위를 추궁했다. 모금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지시 등이 있었는지 캐물었다. 안 전 수석과 최씨의 관계도 자세히 살피고 있다. 안 전 수석과 최씨는 서로에 대해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두 사람이 친분이 있고, 재단 기금 모금을 위해 여러 차례 사전 협의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안 전 수석 외에 재단 설립·운영에 개입하거나 최씨를 비호한 청와대 인사가 또 있는지도 검찰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774억 모금’… 崔와 협의했나, 대통령 지시 받았나
입력 2016-11-03 00:06 수정 2016-11-03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