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일 ‘노무현의 남자’ 김병준 ‘책임총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총리의 행정권한 대폭 강화는 물론 내치(內治) 관할 등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정국을 헤쳐 나가기 어렵다는 인식에서다.
박 대통령은 조만간 직접 김 내정자에게 권한을 대폭 넘기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상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각료 해임 건의권 등을 넘어서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외교안보 및 국방 사안 등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은 최근 국정마비 사태가 계속되고, 하야(下野) 요구까지 분출하는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최소한 국정 운영이 중단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게 박 대통령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정치권의 거국중립내각, 책임총리제 등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미 김 내정자와 국정 수습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상태다. 김 내정자가 박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사태 수습의 전권 등 ‘역할 분담’을 보장받고 총리직을 수락한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강력한 권한을 갖고 책임총리로서 역할을 한다는 의미”라며 “‘2선 후퇴’나 ‘내치 대통령(김병준)’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김병준 총리 내정자는 행정 경험이 많은 데다 노무현정부의 핵심 인물이었고,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와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은 호남 출신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그나마 고심 끝에 인물을 찾아낸 셈이다. 문제는 야권의 강력한 반발이다. 박 대통령의 개각 카드가 야당을 자극해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 대통령이 여전히 불통(不通)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반적이다.
박 대통령의 개각에 새누리당 반응은 엇갈렸다. 친박(친박근혜)계는 국정 정상화를 위한 결단이라며 야당의 협력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내정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옛 동지이자 국민의당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시려던 분이기 때문에 거국중립내각의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이 대표는 “김 내정자를 부정하려고 한다면 노무현정부를 부인하고 부정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비주류는 민심을 외면한 ‘일방통행식 인사’라고 비판했다. 여권 잠룡들까지 이번 개각을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김무성 전 대표는 입장 발표문을 내고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김 총리를 지명한 방식은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고 거국중립내각의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총리 내정 철회를 주장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일방적인 인사 발표는 위기 극복의 해법이 아니다”고 했다. 유승민 의원은 “김 내정자의 인품이나 능력은 훌륭하다고 보지만 내정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께서 야3당과 충분한 협의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남혁상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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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盧의 남자’ ‘호남 출신’으로 승부수
입력 2016-11-02 18:02 수정 2016-11-03 00:32